2회_Closing Remarks
루트임팩트 장선문 디렉터
루트임팩트는 여성의 날 주간을 맞이하여, 2018년 3월 10일 헤이그라운드에서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를 열어 여러 체인지메이커와 함께 여성의 일과 삶, 배움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일상의 삶 속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학습이 일의 선택과 지속에 영향을 줍니다. 성별을 떠나, 보다 통합적 관점으로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미투, 경력단절, 성평등 격차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는 지금, 루트임팩트는 즉각적 혹은 단편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체인지메이커의 지속가능한 여정에 힘을 싣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글로 담아 공유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20분 간의 클로징이 모두 궁금하시다면 (클릭/Youtube)
안녕하세요, 루트임팩트 장선문입니다. 하루종일 말을 안 하고 있었더니 목이 잠기네요. 주성철 편집장님 만나신 남성 제작자분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여기 오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오전부터 계속 함께하시는 분들도 눈에 띄는데, 이렇게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하루종일 주말을 보내실 수 있다는 것에 정말 진심으로 감동을 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좀 불편한 것들도 마음에 많이 생기셨죠? 방금 매체 세션을 보면서, '제일 처음에 이 세션을 하고 나중에 이야기를 풀어드릴 걸 그랬다-'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오늘, 점심이나 휴식 시간에 저희 헤이그라운드도 돌아볼 여유가 있으셨나요? 헤이그라운드는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소셜벤처나 비영리단체 등 체인지메이커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요. 1층이나 8층에 휴식공간도 있고, 반드시 저희 루트임팩트 주최가 아니더라도 여러분들을 위한 많은 이벤트가 자주 열리고 있으니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컨퍼런스는 여성의 일, 삶, 배움에 대해 준비했어요. 오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조금 다른 컨텍스트로 오후에 듣고, 저녁에 이어 들으면서 조금은 데자뷰 같은 현상이 느껴지시지 않으셨나요? 오전에는 저희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희가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였어요. 일 세션을 통해서는 리더쉽, 마치 굉장히 성공한 듯 보이는 분들이었지만 사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와 같은 '언니'이자 '동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방금 세션에서는 저희가 매일 접하는 매체 전반에 퍼져 있는 무의식적인 성 역할이나 영화의 산업 구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리더십, 육아, 돌봄, 아빠, 엄마, 매체, 산업 등의 이야기들이 일, 삶, 배움 전반에 걸쳐 조금씩 다른 맥락으로 전달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저희 루트임팩트가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져가게 된 이유에는 내/외적인 이유가 모두 존재했어요. 내적으로는 허재형 CEO가 이야기했듯이 여성위원회라는 것을 작년에 만든 것이 한 예이죠. 저희 조직은 물론 드러난 문제는 없지만,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예방'의 차원으로 서로 공부하자는 움직임에서 여성위원회를 만들었거든요. 동시에 외부적인 기회가 생겼어요. 임팩트커리어 W라는 프로그램 후원을 받게 되었고,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내 /외적으로도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저희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일, 삶, 배움에 대해 조금 다른 렌즈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있었던 것이죠.
지난 3개월동안, 저희 팀이 되게 화났었거든요. 통계들을 보고 공부하면서 굉장히 많은 분노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통계는 좋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만 좋은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공유하시는 스토리에 분노하기도 했어요. '왜 이해 못하지? 혼자 잘났어?'하는 식으로요. 그 다음에는, 그 분노를 조금 구조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니 문제가 분할되더라구요. 문제를 쪼개다보니 솔루션이 조금씩 생각나기도 했고요. 일은 일대로, 삶은 삶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풀면 되겠다고요. 하지만 막상 그러고 보니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다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요. 그래서 지난 3개월 동안 저희가 생각했던 것은- 정말 여성 문제에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의 시각차이가 크게 존재한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사람은 미지근하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뜨겁다고 하잖아요. 더 예민한 사람들이 좀 더 불편하게 느끼는 온도차가 존재하고, 속도차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여성문제가 특히나 그렇다는 것을 배웠던 지난 3개월이었구요, 조금은 비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루션을 당장 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이것이 오래 된 문제이고, 오늘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남성들을 모시려고 노력했어요. 아빠를 모시려고 노력했고, 아들을 모시려고 노력했어요. 왜냐하면, 다양한 경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여성/남성/선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공감하고, 또 무력감을 느껴보고 그리고 나서 우리가 '동행'을 하겠다는 것에 함께 힘을 내고 모두 함께 의미있는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의 편에 선 남성의 이야기를 오늘 들었어요. 아빠이자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님의 이야기, 김치호 발행인님의 모던 파더에 대한 철학을 들었죠. 그런 것들을 통해서 남성이 여성의 동지가 되는 것이 참 중요하고, 남성에게도 더 많은 선택들이 주어지면 결국 그것이 '다 같이 좋아지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나리 대표님의 '언니의 사생활', 그리고 송수진 교수, 김다인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니들의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고, '운동장'이 참 많이 기울어져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방금 전, 황효진 기자님, 주성철 편집장님, 조소담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체에서 다루는 화나고 불편한 이야기들이 여태까지는 웃어넘겼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성이 만드는 여성 이야기의 가치를 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이야기 안 할 수 없죠. '#MeToo, 그래서 어쩔 건데?' 그래서 이제 '#NowWhat?'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실망감도 느껴지고, 구조적으로 운동의 움직임이 보여져서 반갑기도 하죠. 그러다보면, 남녀 공히 하지 말아야 될 것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이 해요. 그래서, 아까 오전에 이야기했던 펜스룰(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은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밥도 먹지 않는다는 데에서 기인)과 같은 현상이 나오는 거죠. 저희도 이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자기검열이 엄청 심해지는거에요. 악플을 걱정하고,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죠. 그러다보면, 오늘 하루종일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의 그룹인 '보이스 클럽'의 문이 더욱 굳게 닫히는 거구요. 그래서, 페이스북 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린 인(Lean In)' 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그 곳에서 최근에 한 서베이를 보면, #MeToo 같은 운동을 이유로 여섯 명 남자 중의 한 명은, 본인이 여성들에게는 멘토를 안 하겠다고 했다고 해요. 이른바 펜스룰인 것이죠. 그래서 '린 인'에서는 'Mentor Her'라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그만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것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해야만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Mentor Her, Pence Rule 등의 움직임들이, 결국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직/간접적 이유라고 생각해요. 특히 비 자발적으로 경력단절을 선택한 경우에는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거죠. 그래서, 저희 루트임팩트는 아주 작지만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최소 3년(2018 ~ 2020)동안 '임팩트커리어 W' 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경력단절 이슈를 풀어보기로 했어요. J.P.Morgan에서 후원을 받아 몇 년간 진행해온 임팩트 베이스캠프(청년들에게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Google 및 모 은행 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진행 중인 임팩트커리어 Y(청년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채용 매칭 플랫폼)가 있는데요, 이제 임팩트커리어의 'W'버전을 시작합니다. 샤넬 재단에서 후원을 받아요. 샤넬에서 저희에게 "너희 괜찮아? 한국 경력단절여성문제 심각하던데? 성평등 격차, 144개국에서 118등이야. 너희 경제규모가 10위권인데 정말 괜찮아? 임금격차를 보면 여성이 37%나 적게 받는 현실이 심각하지 않아?"등의 질문을 던져왔어요. 그래서 저희는 가지고 있는 플랫폼인 임팩트커리어에 'W'를 얹기로 했어요. 프랑스의 재단에서 이런 통계를 보여주니 매우 창피했고, 그 내용이 외국의 웹사이트에 게재가 되니 한글로 된 기사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당혹감이었어요.
이 문제를 점차 풀어 볼 텐데요- 생각보다 사이즈는 작아요. 3년이라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저희는 55명의 경력단절여성들을 동지로 모실 생각입니다. 프로그램의 핵심 아이디어(core idea)는 '여성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요, 저희처럼 일하는 체인지메이커 조직들, 소셜벤처, 비영리단체, 기타 다른 영리기업들이 20개 이상이 모여 여성들을 모십니다. 이 분들을 모시는 전제조건에는 '여러가지 여성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소속감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만드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요.
여성이 일하기 좋은 곳은, 곧 남성도 일하기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일하기 좋은 환경들을 만드는 것이 '임팩트커리어 W' 의 목표이고, 나중에는 정책 페이퍼도 하나 만드려고 해요. 그리고 이분들이 모여서 '언니들의 네트워크'가 생겼으면 해요. 이분들이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강력해져서 550명, 5500명의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과 함께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에는 저희가 후원을 더 받으면 좋겠지만, 그저 '풀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경력단절이 정말 '예방'이라는 차원으로 넘어가서 더 좋은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오전에 호주 무역투자대표부에서 이야기해주셨지만 그 쪽에서도 좋은 정책들이 나온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고요.
오늘 컨퍼런스에 와 주셔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기 아빠도 계시고, 여기 아이 어머니가 되는 분도 계시고, 여동생을 데리고 온 분도 계시고, 아내와 함께 온 남편도 계시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저희가 조금 걱정되는 것은 돌아가셔서 함께 오셨던 친구, 가족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실지 걱정이 돼요. 저희는 좀 싸웠거든요. 그러한 싸움의 시기를 보내면서 굉장히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희 온라인 사이트에 토론을 올려두었으니 여기 와서 풀어주셨으면 해요. 오늘 하루종일 높은 집중도로,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와 생각했던 부분들을 나누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하실 말씀 있다면 루트임팩트 대표메일로 주시면 최대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오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fin.
작성ㅣ루트임팩트 권용직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