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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임팩트 Jan 26. 2017

[오늘의솔루션]당신의 커뮤니티는 안녕하십니까?-1

사례로 본 커뮤니티 솔루션 : (1)자연주의 커뮤니티 - 토트네스 타운



우리에게 '커뮤니티'란 어떤 의미일까? 


  리에게 도시의 이미지는 새롭고도 혁신과 성공의 기회가 가득한 곳에서, 숨막히고 정신없는 곳으로 변모했다. 도시로 상경해 풍요롭게 살 것을 꿈꾸는 시골청년의 이야기는 이미 구닥다리 설화가 되었다. 한국의 주요 대도시들의 심각한 인구유출현상은 시작된지 오래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쳐 시작한 귀농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며 세간에 회자된다. 


  반대로, 농촌 역시 한 때 지나친 '도시에 대한 환상'으로 젊은이들은 물론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다. 남은 인구의 대부분이 노년층이다. 발전이 도시에 집중되면서 도시는 점차 비대해지고 농촌은 쇠락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옆 집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사실상 모두가 모두에게 '이방인'이다. 1인가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이들이 솔로라이프를 즐긴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해졌다.

 

  나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문화가 달갑기는 하지만, 끈끈했던 지역사회 속에서 살아가던 지난 날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해외의 커뮤니티 구축 성공사례를 통해 문제를 톺아보고, 솔루션을 찾아보기로 했다.





Solution 1. 자연주의 커뮤니티

(토트네스 타운, 영국)

: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의 핵심도시가 지속가능한 자연주의 커뮤니티로 변모하다.


사진제공 : Herald Express


  

 토트네스타운은 나병환자를 치유하는 영험한 샘물이 있다는 이유로 16세기부터 ‘치유의 땅’으로 유명했으나, 18세기 이후산업혁명의 ‘핵심도시’로 변모했다. 이후 토트네스타운 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산업혁명에 따른 도시지역의 폐해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1980년대는 영국 최악의 경제 침체기였고, 동시에 광우병 파동으로 영국사회 전역에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토트네스타운에도 중심도시를 떠나 정착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과거 ‘자연주의’의 상징성을 가지던 토트네스 마을에서 자연주의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토트네스타운이 자연주의 커뮤니티로의 혁신을 위해 사용한 방법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귀농 도시’ 컨셉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연주의 산업을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지탱할수 있도록 장인문화와 유기농 농업을 살리고, 이에 자연주의 교육을 곁들여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토트네스타운의 방향성


- 장인들이 지탱하는 지역경제 -

  그들은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노동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지역의 많은 장인들을 육성하고 지원함으로써 토트네스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직업적으로 ‘장인 커뮤니티’가 가지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 결과 토트네스에서만 생산되는 치즈, 3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그린슈즈 등은 세계적인 지역 브랜드로 발전하게 된다. 


- 역사의 가르침을 반영한 자연주의 농업 - 

  또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의 가르침을 반영한 자연주의 농업도 눈에 띈다. 한 때 모두 유기농을 배척했지만리버포드 농장은 광우병 파동 당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기농은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버포드 농장의 이러한 믿음은 토트네스타운을 둘러싸고 있는 초원이 유기농 농장으로 운영될 수 있는 중심축이 되었으며, 현재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손꼽히는 유기농 농장이 되었다. 토트네스타운은 건강한 식재료를 가까운 거리에서 싼 가격에 자급하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 지속가능성의 토대가 되는 자연주의 교육 -

  토트네스타운은 자연주의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 내의 ‘자연주의 교육’도 도입했다. 토트네스타운의 ‘슈타이너학교’는 자연주의 교육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닭을 키우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고, 빵 굽는 일로 수업을 마친다. 4학년 전까지 무엇을 Top-Down으로 배우는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으로 교육과정이 충족되는 인문학적인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토트네스타운은 그들의 커뮤니티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시키고 있을까?


사진제공 : 녹색당 이유진 의원 블로그


  내부적으로는, 그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중심자원인 '자연'을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다. EDAP(에너지 절감 정책)을 도입하여, 2030년까지 일인당 1배럴 미만의 석유 사용 계획을 목표로 두었으며, 커뮤니티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NEF’s community fund’를 설립하여 2,5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풍력터빈 설치를 계획했다.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각 가구의 초기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하도록 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이 설치된 가구에는 비용 지원과 할인정책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지역화폐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경제 안정화와 결속 강화를 도모한다. 토트네스 타운에서는 ‘토트네스파운드’라고 불리는 화폐를 발행하여 사용하고 있다(현재 토트네스 일렉트로닉 파운드를 사용 가능).  ‘토트네스파운드’는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내의 물품 운송 에너지 절감과 외부 충격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노동력 활성화, 창출된 부의 지역 내 유지, 거래 및 네트워크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외부 효과까지 얻었다. 마을 웹사이트에서는 토트네스파운드가 '석유와 가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커뮤니티 생성·유지와 관련된 아이디어이자, 동시에 누구나 살고 싶은 커뮤니티가 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토트네스 파운드는 2014년 6월에 1, 5, 10 토트네스파운드로 재편되었고, 최종 화폐 디자인은 작가인 Mary Wesley, 컴퓨터의 아버지인 Charles Babbage, 뮤지션인 Ben Howard, 그리고 인류학자 Dorothy Elmhirst가 삽입되었다. 


  외부와의 소통채널도 열어두면서 로컬 푸드 가이드북을 비롯한 로컬 푸드 축제도 활발하다. 시내 모든 식료품점과 레스토랑, 카페에서는 로컬 푸드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생산자와 소매자,  소비자가 모두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Gardenshare라는 활동을 통해 자신이 직접 먹을거리를 길러보고 패키지 낭비를 줄이며, 커뮤니티 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마을에서는 Food, Energy, Traffic, Arts 등의 주제로 타운 프로젝트가 운영되며, 이를 위해 Core Group과 Active Member로 나누어 정기적 모임을 가진다. 그들은 프로젝트 유지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마을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토트네스타운의 독창적인 커뮤니티 혁신은 여러 지역상인들의 성공사례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Top-Down방식의 커뮤니티 활성화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커뮤니티 형성에 따른 결과라서 더욱 의미있는 이 마을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1.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사진제공 : reopen totnes

  토트네스마을의 중심가로, 몰려있는 상점과 식당마다 ‘그린(green)’, ‘유기농(organic)’간판이 붙어있다. 거의 모든 상점에서 유기농법을 통해 재배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역 장인(artisan)이 중심이 된 상점들이 압도적인 편이라고 한다. 토트네스마을에는 이처럼 ‘더 많이’, ‘더 빨리’를 목표로 돌진하는 시티 라이프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드는 마을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AT(Alternative Type,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라 명명했고, “이 지역 주민 10명 중 1명은 AT”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 포지 요가센터

사진제공 : 'The Forge Yoga Centre' 페이스북 페이지

  수백년된 대장간을 개조한 곳이다. 쾌적한 환경과 뛰어난 강사진(자발적 소박함을 선택한 사람들)덕분에 인디펜던트지가 선정한 ‘영국아일랜드 지역 10대 요가센터’에도 이름이 올랐다. 고객은 200여명이고, 1시간 30분짜리 수업료가 7파운드(런던은 평균 20파운드 대) 정도다.




3.유기농 아이스크림 업체 ‘로콤’

사진제공 : Alamy

  맥킨지사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피트 레드스톤 사장은 런던에서는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토트네스인근의 농장을 구입, 낙농업에 도전하게 된다. 그는 15년 전 아내의 꿈이던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 진출 제의도 받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업체가 되었다.





4. 악튜러스 게시판

사진제공 : totnesshop.com

  하이스트리트 한가운데 위치한 유서 깊은 책방 앞에는 ‘악튜러스 게시판’이라는 이름의 공유형 게시판이 자리잡고 있다. 게시판에는 침술과 각종 대안 치료법, 마사지와 관련된 안내문이 빽빽하게 게시되어 있다.




5.그린 슈즈

사진제공 : 'Green Shoes' 페이스북 페이지

  토트네스 타운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상품이 바로 이 '그린슈즈'이다. 비건 슈즈(vegan shoes)를 원칙으로 한 그린슈즈에서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직공 4명이 핸드메이드 슈즈를 만든다. 사라져가는 전통 기법으로 신발을 만들기 시작한 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첫 발돋움은 여성센터에서의 조촐한 시작되었다. 화재사고로 건물이 모두 타버렸지만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재기를 돕기도 했다. 




지금, 토트네스 타운은?



 오랜 기간동안 자발적인 커뮤니티 형성에 따른 성공사례를 유지해온 토트네스 타운. 자생적으로 슈타이너 학교와 같은 교육 시스템/장치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보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뜨는 마을'이라는 라벨(label)이 붙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외부의 괴롭힘이 생기는 건 막을 수가 없는 걸까. 

 하지만 토트네스 타운은 이러한 불편함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있다! 토트네스 타운에서는 REconomy Project를 통해 현재 상황에 맞게 지역경제의 청사진을 그려내고, 지역 경영자 포럼과 지역재생 센터를 운영하는 등 토트네스 타운의 본래 모습을 지켜가면서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자 하고 있다. 

 토트네스 타운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REconomy Project가 굉장히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모임의 계획과 결과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지켜온 토트네스타운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강한 고민들이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REconomy Project는 크게 Developing Renewable Energy, Vision for our local economy, Food and Drink, Making our homes energy efficient의 항목으로 나뉘어 이야기되고 있다. 




이런 점이 궁금하다!


1. 토트네스 타운의 커뮤니티를 처음 시작할 때, 반발은 없었을까? 

 토트네스 타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우리는 영국에 있지 않았으니 반발이 '아예 없었는지는' 알 수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큰 반발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런던을 비롯한 도심에서 당시에 유입된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의 생활에 환멸을 느낀 중산층이었다는 점과- 이들이 도시에서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토트네스 타운을 생성해나갔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초기 토트네스 타운에 이주한 사람들이 새로 건물을 지었거나, 요즘 말로 건물주였던 것도 한 몫 했다). 자, 그렇다면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이란 '뜻 있는 자본가들의 손'에 일정 부분의 해답이 쥐어져 있는 것일까?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2. 토트네스타운의 의사결정방법이 궁금하다!

 토트네스타운에는 수많은 위원회와 프로젝트가 있다. 위원회는 프로젝트나 마을의 주요 현안 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집중적으로 마을의 이슈와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헤드쿼터 격인 위원들과 여기서 결정된 사항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액티비스트들로 구성된 수많은 위원회에서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시스템이다. 많은 중앙집권형 시스템을 갖춘 지자체들이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고민하는 데 있어 귀감이 될 만한 이상적이고도 실질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이라고나 할까. 




 , 지금까지 자연주의 커뮤니티로서의 방향성을 실질적으로 제시한 영국 토트네스 타운의 혁신사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디 커뮤니티 혁신사례가 '자연주의 커뮤니티'만 있을리는 만무한 법. 다음 "오늘의 솔루션"에서는 "오피스 씨티"로써의 가능성을 제시한 커뮤니티 역발상의 사례를 접해보도록 하겠다. 어떤 사례인지 궁금하시다면, 다음에 연재될 포스트를 기대하시라!   -fin-



리서치ㅣ디벨롭ㅣ정리 : 권용직 오늘살롱 프로그램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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