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마운 등장 인물들

Morocco Diary / Chefcheouen

by 이인

수많은 이름들을 통과하는 과정이 여행이라 정의했던 다비드 드 브르통의 말처럼 나는 길 위에서 만난 많은 이름들을 기억하고 또 잊기를 반복했다. 내가 주인공인 이 일기장이 기록하듯 나도 누군가의 기억에는 어쩌면 그저 스쳐가는, 이름 없는 등장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파인애플처럼 생긴 선인장의 열매를 데쳐와 건강에 더 없이 좋은 음식이라며 예찬하던 독일 아저씨. 자신의 집주소 앞으로 엽서와 마리화나를 동봉해 보내던 해맑던 스페인 친구들. 기타, 동전 네 개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늦은 밤 으슬으슬했던 한기를 뜨겁게 채워줬던 Ahmed, Morad, Mohammed. 식사 중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까시이- (이상해-)'라는 단어를 알려준 일본인 커플, 늦은 밤 골목길의 부랑자들, 예고 없이 등장하던 길 고양이들까지.


이 모든 이들의 등장 덕분에 무료하지 않았던 2주간의 이야기는 샤오엥에서의 마지막 밤과 함께 다음 챕터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내일이면 모로코에서 세 번째로 큰, 수천 여 개의 골목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는 미로의 도시 페즈(Fez)에서 다시 새로운 이름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구 어디선가 흘러온
낯선 이름과 낯선 이야기들
여행은 그런 것들로 교직 되는 것이다

12.11


에싸웨라 > 세프샤오엥 행 티켓
숙소에서 발견한 그림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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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쪽에서 바라본 샤오엥의 버스정류장
버스 안에서 바라본 샤오엥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