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호객꾼

Morocco Diary _ Fez

by 이인

이 길고 외로운 여행의 내 유일한 가이드, 론리플래닛은 이미 경고했었다. 페즈(Fez)에서는 가짜 호객꾼을 조심하라고. 그래도 택시 운전사가 그럴 줄은 몰랐지. 사실 서울에서도 번번이 있는 일이었지만 택시 운전사의 친절한 외양만 믿고 길을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바라본 차창 밖 풍경은 완전히 처음 보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고 있었다. 찬찬히 풍경을 계산하며 세어보다가 아무래도 나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 몇 번이고 말을 걸어 보았지만, 무슨 말인지 당최 알 수 없는 똑같은 모로칸 아랍어만 돌아올 뿐이었다. 인파가 좀 있는 곳에서 차가 속도를 줄이자, 이때다 싶어 창문을 열고 언성을 높였더니 그제야 시선을 의식한 듯 늙은 택시 운전사는 순순히 나를 토해냈다. 본인은 내가 원한 곳으로 왔을 뿐이니 미터기의 요금대로 돈을 내라는 말과 함께.


택시에서 짐을 내려 짊어 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왔던 탓에 잠시 풀려 있었던 나는 다시 경계심 가득한 여행자 모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서툰 여행자의 눈빛을 읽었는지 이번엔 한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변성기도 채 지나지 않은 걸 보니 키만 훌쩍 커버린 열 살 내외의 꼬마임이 분명했다. 아이는 그 둥글고 순진한 눈망울로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여전히 불신의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아이를 등지고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곧 나는 갈 곳도, 방향도 없다는 사실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이 모든 것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은 나의 업이자, 이 여정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짧은 한숨과 함께 무거운 발을 떼어 아이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와, 정말 미로구나.'


도저히 혼자서는 어떤 곳도 찾아 나서지 못할 것 같은 이 수천 개의 골목에서 나는 어느새 이 아이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한숨은 어느새 놀라움의 탄식으로 바뀌었다. 이 골목의 유일한 운송수단인 노새 몰이꾼의 고함 소리와 호객꾼들의 속삭임, 무면허 ‘짝퉁 가이드’들의 집요한 설명과 어린 소매치기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까지, 그 1200년 전의 소음이 그대로 이 미로와도 같은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는 이 호텔 저 호텔을 돌며 여러 종류의 방을 보여주고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 다시 그 순서를 반복하여 결국 내가 흥정할 수 있을만한 호텔을 찾아주었다. 주인은 영어를 곧잘 했다. 나는 그와 몇 마디 섞은 뒤 마침내 이곳에 머물기로 결정했고, 호텔 매니저는 문밖에서 나의 결정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기다리던 그 소년을 부르더니 동전 몇 푼을 손에 쥐어주었다.


동전 몇 푼을 짤랑 거리며 돌아선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의심했던 이 마음을 사과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이가 호텔 문밖을 나설때까지 바라보다 방으로 올라왔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창 밖 풍경과 잘 정돈된 침대를 확인하자 샤오엥을 떠날때부터 차갑게 굳어 있던 온몸의 근육들이 스르르 풀려왔다. 그리고는 배낭을 내려놓은 채 그대로 기절하듯 엎어져 잠이 들었다.


Fez 골목 안 시장의 고양이

*

미로의 도시 페스(Fez)는 모로코에서 카사블랑카(Casablanca)와 라밧(Rabat)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 페스 보울 레마네 지방(Fes-Boulemane Region)의 주도(州都)다. 페스의 메디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복잡하다는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다.


14세기에 조성된 미로는 지금도 수백 년 전의 옛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무려 9,000개가 넘는 골목이 미로를 형성하고 있다. 페스는 세 구역으로 나뉜다. ‘오래된 페스’를 뜻하는 ‘페스 엘 발리’, ‘새로운 페스’의 ‘페스엘 제이디드‘,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에 건설된 신시가지 ‘빌라 누벨’.


페스는 오랫동안 이슬람 세계의 학문적 중심지였다. 구시가지 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원 과학교가 남아있다. 대서양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접해 있는 페스는 모로코에서 카사블랑카, 마라케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페스의 구시가지 메디나는 1200년 전의 이슬람 왕조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