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_ Chefcheouen
새로운 숙소에 짐을 풀고 매일 같이 동네 구석구석을 탐방하러 다녔다. 흑염소를 애완동물처럼 옆에 두고 다 떨어져 가는 신발들을 수선하는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싼 값에 든든한 푸짐한 샌드위치를 내어주는 단골 가게도 생겼다.
하루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터 구경을 하러 가기도 했다. 그곳엔 한국에 있었더라면 그냥 쓰레기처럼 버렸을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쌓여 팔리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어로 된 필통이나 학원 가방들이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플라스틱 쪼가리들 사이에서 굴러다니던 헐벗은 흑인 아기 인형을 골라 남은 여정에 벗으로 삼을 겸 배낭 주머니에 꽃아 두었다.
며칠간 아침 일찍부터 설쳐댄 탓인지 오한이 들어 해가 지기 전에 호텔로 돌아와야 했다. 힘없이 소파에 기대 앉아 독일에서 온 아저씨와 이야기를 섞고 있는데 한 무리의 스페인 여행자들과 또 한 무리의 모로코 여행자들이 객으로 들어왔다. 어린 스페인 여행객 무리들과는 대조적으로 남자 셋과 여자 한 명으로 이뤄진 모로코 여행자 무리에게선 그간 봐왔던 모로코 사람들과는 다른 질감이 느껴졌다.
"Hola!"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방으로 들어와 주섬주섬 옷들을 죄다 꺼내 껴입고 누웠다가 머리맡으로 외풍이 심하게 불어 다시 이불로 한 겹을 더 싸매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몇 시쯤 되었을까. 밥도 거른 채 비몽사몽 하고 있는 내 귓바퀴를 타고 꿈인지 모를 묘한 소리가 들려오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가 보았더니 낮에 만난 스페인 무리와 모로코인 무리들이 로비에 모여 잼을 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온 몇몇 여행자들은 플라멩코 무용수들이 하듯 빠른 박자로 한 사람씩 박수를 번갈아 치며 박자를 맞추었고 모로코 여행자 무리는 모로코 전통 기타인 Sintir와 기타 그리고 동전 몇 개 만으로 즉흥적으로 음악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 무리의 리더인 듯한 포스로 예쁘장한 여자친구를 끼고 앉은 Ahmed가 모로코 전통 기타로 기본 박자를 깔아주면 한쪽 시력 대신 음악적인 재능을 선물로 받은 듯한 Morad가 주변의 성냥갑 같은 자잘한 물건들을 이용해 타악기를 연주하듯 능숙하게 빈 박자를 채웠고 또 그 옆의 Mohammed는 동전을 꺼내 양손의 엄지와 검지에 사이에 하나씩 두고 재빨리 움직이며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듯 남은 빈 박자를 채워나갔다. 미국에서 온 여행자의 마우스 하프 연주 위로 두 남자의 목소리가 레이어를 쌓고 Morad의 목소리가 또다시 레이어를 쌓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들이 연주한 그 주술적인 듯 묘한 이국적인 음악이 모로코 전통의 그나와 (Gnawa) 음악이라는 것이었다.
넋을 놓고 듣고 있지나 그들의 첫인상이 이 이국적인 멜로디처럼 묘했던 까닭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로비를 채우고 또 차가웠던 나의 밤을 채워준 그 음악은 무한히 루프 되는 탓인지 중독적이었다. 음악에 취한 것인지 우리의 열기로 그곳의 공기가 데워져서 인지 거짓말처럼 오한이 가신 그 날 밤, 다음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오래간만에 배낭 저 아래에 넣어둔 론리 플래닛을 꺼내 펼쳤다.
● Jam recording.
1. 모로코 전통 기타 Sintir, 기타, 동전 연주
https://soundcloud.com/rootlesscat/jam1
2. 모로코 전통 기타 Sintir, 기타, 성냥갑 연주
https://soundcloud.com/rootlesscat/jam2
3. 모로코 전통 기타 Sintir, 기타, 마우스 하프 연주
https://soundcloud.com/rootlesscat/jam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