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_ Chefcheouen
샤프샤오엥에서의 첫 아침.
살짝 차가운 공기에 비해 볕은 꽤나 뜨거웠다. 호텔 주인이 알려준 동선대로 호텔 뒤쪽으로 돌아 산 정상이 보일만한 광장으로 마실을 나섰다.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보듯 뿔처럼 솟아 오른 날카로운 산등성이가 워낙 높아 원근법이 무시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 위쪽으로 오르니 자그마한 광장이 나타났다. 그곳엔 직선으로 박혀 부서지는 신성한 햇살 아래 모스크가 다시 올려지고 있었고 이른 아침부터 오가는 여행자들과 이곳의 상인들로 꽤나 북적이고 있었다.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레스토랑을 골라 아침을 주문했다. 함께 딸려 나온 신선한 꿀에는 쉴 새 없이 꿀벌들이 날아 들었고, 토스트는 어딘가 어설펐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크램블이 더해지니 모양새는 그럴듯한 프렌치식 아침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좀 더 걷고 싶어 골목에 들어섰다. 파랑과 하양의 빛이 내려 앉은 동화 같은 골목길들이 이어졌다.
헤매듯 골목 여기저기를 표류하며 기웃거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는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영어로 열심히 자신의 가게 홍보를 하였다. 그저 한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사라고 강요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불 보듯 뻔한 상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 부자인 나는 부담 없이 그의 가게로 따라 가보기로 했다.
좁은 입구와는 달리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가게 안쪽은 파란 돌벽을 바탕 삼아 형형색색의 실로 짜인 카펫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우린 베르베르족의 전통을 이어서 카펫을 만들고 있어요, 이건 내가 짜는 거고 이 실은 아내가 마련한 거죠. 이건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받아 만든 고유한 문양이고 할아버지는 이걸 처음 개발하셨답니다...’
그에게서 가족의 일대기를 듣고 있는데 이야기가 계속될 때마다 마치 연극처럼 이 방 저 방에서 가족 한 명 한 명이 등장해 인사를 나누었고, 설명이 다 끝날 즈음에는 거의 모든 일가족이 스크럼을 짜듯 나를 빙 둘러서 있는 모양이었다. 카펫 얘기가 끝난 뒤엔 아타이도 대접받고 내 여정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나누었다. 누군가 사진으로 찍었다면 그들 가족 사진 속에 내가 섞여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정성으로, 시간으로, 가족의 이야기들로 너울 너울 교직 되며 짜였을 그 카펫들은 정말로 소유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내 처지로는 감히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여행객이 많지 않은 시즌이어서인지 그저 낯선 이에게 카펫으로 엮인 가족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내 행색이 초라해 보여 사라는 얘기조차 꺼내기 민망했던 것인지, 혹은 셋 다 였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장시간 동안의 설명을 끝내고는 처음에 약속했듯 사라는 강요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미안했다.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가게였건만 그런 정성스러운 스토리라니 반칙이었다.
가게를 나와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예고 없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한 길 고양이들을 좇아 놀다가 미안했던 그 마음을 이내 잊어버리고는 호텔로 돌아왔다. 주인장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남은 며칠간은 눈여겨 봐 둔, 더 다양한 여행자들이 들락거리는 조금 위쪽의 다른 호텔로 옮겨 묵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