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새해, 새로운 투숙객

Morocco Diary / Essaouira again

by 이인

모로코에서 나의 첫 친구가 되어 준 Yassine과 Abedu와 함께 새해를 맞이 하기 위해 돌아온 에싸웨라.

지금 Riad Sidi Magdoul 호텔에는 메르쥬가 사막에서부터 함께 온 Sera & Max. 새로운 투숙객 커플인 네덜란드에서 온 Marlow와 루트니아가 고향이라는 Jovita. 그리고 독일에서 온 부부가 함께 투숙 중이다. 12월의 마지막 날, 나는 잠시 광장에도 나가 보았지만 이 아름다운 도시의 이곳저곳마다 여행객들로 들뜨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호텔에 묵고 있는 이들과 함께 마트에서 사 온 맥주를 나눠 마시며 조용히 그리고 사하라에서 맞이했던 크리스마스 전야처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모로코에서의 새해를 맞이했다.

에싸웨라의 어시장 풍경

• 에싸웨라 곳곳에는 이런 어시장이 매일 열리는데 이곳에서 구입한 생선을 근처 레스토랑으로 가져가면 저렴한 값에 원하는대로 조리하여 내어준다. 이름을 모르니 이것 저것 손가락질로 생선들을 사고는 했는데, 그 중 최고는 잔새우 튀김이었다.

에싸웨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 하루는 Yassine이 에싸웨라의 제일 오래된 보물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에싸웨라 귀금속 공예 전문 학교로 가는 길이었는데 학교를 구경하고 골목을 돌아 돌아 나오다가 Yassine이 말한 그 보물, 에싸웨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보았다. 아주 작은 정원 같은 곳에서 한가득 쏟아지는 햇빛을 쬐고있던 그 나무는 둘레며 높이며, 그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영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두번째 에싸웨라 방문때는 훌쩍 커 있던 호텔 근처 길냥이 형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할머니

• 따듯한 나라들의 공통점 같기도 하지만, 모로코에는 유독 길고양이들이 많았다. 에싸웨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아끼고 또 불편해하지 않아서 종종 길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 대가족을 만날때도 많았다. 아마 이렇게 불편한 몸일지라도 매일같은 시간 녀석들에게 밥을 챙겨주러 나오는 할머니 같은 이들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활짝 웃어 주시는 이발소의 이발사

• 아랍 남자들의 자존심은 아마 잘 다듬어진 턱수염에서 오는게 아닐까. 아랍권 국가 그리고 모로코 어디에서든 풍성하거나 혹은 예술적으로 예리하게 다듬어진 멋진 턱수염을 가진 이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곳곳의 이발소들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토이 카메라에 찍힌 얼굴이라 또렷하진 않지만 지나가다 멈춰 서서 카메라를 들자 환하게 웃어주던, 저 인상좋던 이발사의 웃음이 또렷하게 기억 난다.

에싸웨라의 다듬어지지 않은 바다 풍경과 뜨거운 일출
잠 털고 나온 조막조막한 실루엣들 사이에도
홍시빛 풀어진 바다의 철썩임에도
하늘을 향해 흔드는 가냘픈 나무의 손짓에도
점점이 날아오르는 새들의 추운 날갯짓에도
발걸음 옮기는 한 사내의 잰 걸음에도
새해가 떴다.
희망이 밝았다.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