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 Essaouira again
오늘은 이곳에서 친구가 된 Yassine의 집을 함께 가기로 한 날이다. Yassine은 오랜만에 만날 가족들 생각에 설렜는지 한껏 멋도 내고 두 손 가득 쿠키며 사탕 같은 것들을 들고 나타났다.
“어때, 준비됐어?”
“와우, 오늘 멋진데? 가족들이 반가워하겠어!”
Yassine과 함께 호텔을 나서 낡은 버스를 함께 탄지 한 시간. 버스는 정류소도 없는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나와 Yassine을 떨구었다. 어떻게 여기가 정류장인지 알고 사람들을 내려주는 건지. Yassine의 말에 따르면 이 동네는 워낙 시골이라 택시도 들어가지 않는 동네라고 했다. 버스가 떠나고 먼지가 걷히자 맞은편엔 열 살 남짓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활짝 그리고 날 보고는 수줍게 웃으며 두 마리의 당나귀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의 때라고는 하나도 묻지 않은 듯순한 눈빛을 가진 그 두 아이는 Yassine의 세 번째 네 번째 동생이란다. 두 아이는 오랜만에 만난 형이 반가웠는지 한동안 목에 매달려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그리고 Yassine은 두 마리 당나귀 중 한 마리의 고삐를 잡아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부터는 당나귀를 타고 가야 해.”
당혹스러움도 잠시, 왠지 모를 설렘 반으로 난 어느새 Yassine의 세 번째 동생과 함께 당나귀에 올라타 있었다. Yassine은 네 번째 동생을 뒤에 태우고 고삐를 단단히 잡아당기며 말했다. “Are you ready?”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보내고는 앞장서 집으로 향했다. 오로지 당나귀 척추의 바운스에 몸을 맡긴 채 자갈길을 가야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좀 험하긴 하지만, 아름다운 길이야. 여기 보이는 나무들은 다 아르간 나무들이야. 오직 모로코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지.”
Yassine의 말대로 길은 아름다웠다. 나지막이 깔린 아르간 나무에서 고소한 내음이 나는 것만 같았다. 흔들흔들 그렇게 우리는 30여분을 걸어갔다. 두 마리의 당나귀는 사막에서의 성질 나쁜 낙타와는 달리 말도 없이 푸른 아르간 나무 잎사귀들을 느리게 지나 대문도 없는 널찍한 마당 안으로 우리를 싣고 들어갔다. 마당에는 Yassine이 미리 일러주었던 것처럼 그의 대가족이 마치 가족사진이라도 찍을 듯한 대열로 서서 나를 맞이해주었다.
가족들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하고 마당을 둘러보니 Yassine의 아버지, 어머니, 네 명의 남동생 그리고 Yassine과 꼭 닮은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동생 둘. Yassine의 가족만으로도 이미 대가족이 살고 있는이 집안에는 그들 말고도 4~5마리 정도의 당나귀, 서너 마리의 뮬, 다 큰 소와 두 마리의 송아지, 염소가 두 마리,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개가 넉넉잡아 대여섯 마리. 칠면조 서너 마리와 그 뒤를 따르는 새끼 칠면조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고양이 들와 낙타까지 있었다. 애완용 낙타라니. 모로코 판 노아의 방주라 해도 놀랍지 않은 대가족이었다. Yassine의 가족과 낙타는 오랜만에 온 큰 아들과 그의 친구인 나를 정말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Yassine의 어머니는 낯선 손님이, 그것도 동양의 아가씨가 집에 놀러 올 줄은 몰랐다며 날 위해 귀한 염소를 잡아 머리부터 꼬리까지 그대로 요리해 한 상을 내어왔다. Yassine의 아버지는 아주 귀한 거라며 이빨까지 훤히 보이는 염소의 머리통에서 고기를 조금 떼어 내 접시에 올려주기도 하셨다. 열심히 염소 고기를 먹고 접시를 물리자 이번엔 인심 좋게 쌓아 올린 *꾸스꾸스와 집에서 만들었다는 염소젖 그리고 쿠키들까지 그동안 여행하느라 달고 살아야 했던 허기들은 모두 잊으라는 듯 Yassine 어머니의 품만큼이나 넉넉한 저녁을 대접받았다. 어쩐지 당나귀를 타고 오는 길에 Yassine이 자랑스럽게 'My country, many many food!'라며 호탕하게 웃더라니이 정도의 인심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상을 모두 물리고 Yassine의 간단한 통역과 함께 가족들의 호기심에 둘러 쌓여 몇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다시 당나귀를 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우물로 함께 물을 길으러 가기도 했다. 집에 갈 즈음이 되자 세상 물정 모를 두 살배기 막내가 오랜만에 온 큰오빠 가집을 나서는 기척을 느꼈는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 때가 된 Yassine의 여동생은 수줍게 구석에 서 있다가 말없이 다가와 내 손을 꼭 잡고는 집을 나설 때까지 놓지 않고 싶어 했다.
Yassine의 남동생들과 Yassine의 따듯한 부모님과 인사하는 것도 아쉬웠지만 같은 여자라 그랬을까? 집을 나서며 여동생에게 건넸던 보잘것없는 머리핀. 그 하나에 그토록 감사 해하고 기뻐하던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감정이 교차했다.
이 꼬마 숙녀가 자라면 더 큰 세상을 궁금해할 것이다. 아마 그녀 어머니의 인생을 그대로 사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계기를 통해 그간 알아왔던 작은 세상은 조금은 불공평한 곳이란 걸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하느라 나이에 비해 많이 거칠어져 있는 여동생의 작은 손을 힘들게 놓으면서 앞으로 그녀의 삶이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행복하게, 펼쳐졌으면 하는 감히 그런 바람을 마음으로 전했다. 그렇게 Yassine의 가족들과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에싸웨라로 돌아온 다음 날, 정든 나의 친구 Yassine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