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Essaouira>Marrakech>Rabat
타가줏에서 히치 하이킹으로 에싸웨라로, 에싸웨라에서 그랑 택시로 마라케시로, 마라케시에서 기차로 라밧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에싸웨라에서 만났던 음악가 Morad에게 전화를 걸고 약속을 잡는 것이었다. 무사히 약속을 잡고 한숨 돌리며 둘러보니 첫인상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Rabat은 두 번째 와본 곳이라 그런지 첫날과는 달리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았다.
첫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골목 귀퉁이의 맥도날드를 발견하고는 홀린 듯 들어가 익숙하게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따끈한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자니 입안 가득 치즈와 육즙이 향기롭게 퍼졌다.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정크 푸드의 맛인지. 그렇게 지겨워서 떠나 온 도시였지만 잠시 그 생활로 돌아간듯한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애써 그런 것들을 잠시 떠나 이곳으로 오긴 했지만 그런 편안함에 어쩔 수 없이 길이 들여져 있었기 때문일까, 햄버거를 먹는 동안 이곳 라밧에서의 생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잠시 스쳤다.
여행책은 길을 일러줄 뿐, 같은 길을 걷더라도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상황이나 이야기에는 늘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여행은 내가 계획했던 것과 계획에 없던 우연이 엮이어 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광고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그 때문인지 대학에 가서도 또래들에 비해 빨리 인턴을 시작하고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그렇게 몇 년을 바삐 지냈다. 누구나 혼돈이 오는 시기였고 몸과 마음 또한 지친 상태였다. 이곳으로 떠나올때는 현실적인, 지극히도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꽤 오랜 시간을 망설였지만 아마 지금 떠나보지 않았다면, 내게 할당된 인생의 시간을 이처럼 의미 있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1분 1초, 그 찰나 속의 이 감흥, 그 소중함 또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불평하고 불만하고 그러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그 익숙함에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 회사 책상에 앉았을 것이고 밤을 새는 줄도 모르고 결국 다시 소멸되어버릴 광고를 만들고 또 그것이 내 인생인 줄로만 알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햄버거를 베어 무는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 감사해야 할 순간인 것이다. 내 생에 또 언제 이런 무중력 같은 시간이 허락될까. 행여 이 곳에 다시 한번 온다고 해도 이와 같은 기분은 두 번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몸에 힘을 풀고 즐겨야 한다.
살레(Sale)에서 만난 Morad는 다행히도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눈이 불편한 그는 샤프샤오엥에서 함께 연주하던 친구와 함께였다. 그는 하룻밤 몸을 뉘일 곳과 따듯한 밥, 그리고 차를 대접해주고 다음 날엔 저렴하고 깨끗한 호텔을 알려주며 라밧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일 같이 차라도 마시자는 약속을 하고 한 시간 거리의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직진해서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빵 가게, 그리고 빵 가게를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아니 왼쪽이었던가…?’ Morad에게 설명을 들을 때는 약도를 받아 든 것처럼 머리 속에 훤히 그려졌건만 방향 감각으로 말하자면 나야말로 까막눈이다. 헤매고 길을 돌아갈수록 배낭은 무거워졌지만 남는 게 시간이라 가다 보면 뭐라도 나타나겠지 하는 생각에 발걸음은 외려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그 두리번거리는 뒷모습에 불안함이 티가 났던 걸까? 날 앞질러가던 두 청년이 잠시 멈추어 수군거리더니 가던 길을 돌아와 말을 걸었다.
“May I help you?”.
다시 한번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 그 둘은 지금껏 만난 이곳 사람들과는 달리 굉장히 유창한 영어로 내가 찾아가려는 호텔은 여기서는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라며 택시를 타는 곳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덕분에 오늘 잘 곳을 찾았어, 고마워” 라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그 둘은 또 이야기를 나누더니 연락처를 적어 내밀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여럿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으니 언제든 들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라밧, 이곳에서의 행운을 Morad의 전화번호에 걸었지만 지금 받아 든 이 번호는 왠지 그 인연의 무게가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 두 청년의 이름은 하산(LAHCEN)과 후세인(HOUCINE). 그때는 우리 서로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 짧은 만남이 지구 반대편의 질긴 인연으로 이어지게 될 줄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