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_ Rabat
숙소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점심 즈음 핫산(LAHCEN)과 후세인(HOUCINE)에게서 받은 연락처를 꺼냈다. 신호음이 울리는 그 몇 초간, 나를 기억은 하는지, 귀찮아 한다거나 혹은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을까하는 등의 수십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수화기 너머로 설렘이 묻어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LAHCEN과 HOUCINE은 우리가 처음 만난 곳으로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그들과 만난 건 즈녁 즈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은 인파에 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기 소개 정도의 질문들을 하고 또 대답하며 한참을 걸어갔다. 십여분을 걸었을까. 우리는 메디나 안에 위치한 수없이 많은 문들 중 진한 갈색의 나무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친구들과 지낸다는 그 집은 여러 개의 방이 이어진 ㅁ 자의 건물에 마당 위는 뻥 뚫려있는 전통 양식의 2층 집이었다. LAHCEN은 같은 대학, 같은 전공을 공부 중인 비슷한 또래의 아홉 명의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마치 타국의 귀한 사신처럼 큰 방으로 모셔졌고 이방 저방에서 공부 중이던 친구들이 하나 둘 큰방으로 모여들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누었던 질문들이 다시 시작되었다. 모로코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모로코 어디가 좋았는지 등등. 수업이 늦게 끝난 다른 친구들이 방으로 들어서면 또 다시 그 질문과 대답들이 반복되고는 했다. 그리고는 다시 반짝이는 눈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또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들의 호기심만큼이나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따뜻한 아타이와 쿠키, 그 친구들도 처음 먹어본다는 망고까지 총동원된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진심 어린 환대를 받으며.
분명 늦은 오후에 도착했는데 마당은 어느새 캄캄해져 있었다. 그들은 방을 내어줄 테니 머물러도 좋다며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었지만 나는 숙소를 잡았으니 내일 다시 놀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라밧 (Rabat). 다른 도시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 그저 스쳐가는 '사람'이 아닌 '친구'가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인샤-알라
Insha'Allah
(If it is God's will)
신이 있다면,
우연이란 있을 수 없다.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