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내 이름은 'Kenza'

Morocco Diary / Rabat

by 이인


“Kenza, Breakfast!”


이 집에서 제일 잠을 늦게까지 자는 'Kenza'는 내 아랍식 이름이다. 이곳에서 신세를 진지 벌써 2주째. 이곳에서 여러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이들은 혹시 라밧에 길게 머물 예정이라면 우리와 함께 지내도 좋다며 나를 기꺼이 받아주었다. 모로코 구석구석을 돌며 받았던 초대와 모든 호의에도 그러했지만 나는 이번에도 염치없게 이들이 내어준 방 한 칸을 차지하게 되었다.


며칠 전 저녁엔 이 소중한 9명의 친구들과 소박한 저녁상을 함께하던 중, 내 이름에 대한 얘기가 주제로 올랐다. 이런저런 이름들이 오가다가 요셉(Yousef)이라는 친구가 내 이름과 같은 뜻인 켄자(Kenza:보석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꺼냈고, 만장일치로 합의된 그 이름은 공식적인 내 아랍어 이름이 되었다.

모두가 볼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했던 라밧.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켄자'라는 이름으로 20일이 넘는 날들을 이슬람 학자가 되기 위해 수년이 걸리는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이 순수한 9명의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 돌아보니, 매일 수많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그 모든 낯선 호기심들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있었다. 이들 중 가장 나이도 많고 영어도 잘하는 노만(Norman)은 그중에서도 가장 열렬한 나의 후원자였다. 워낙 천성이 순한 탓에 미운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는 순둥이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친구들은 그의 말이라면 모두 다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체구가 작은 탓에 나는 그에게 *꾸스꾸스(Couscous)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그것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그 별명을 부를 때마다 모두들 다들 와하하-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그 친구의 열렬한 후원 덕에 눈치 보지 않고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하루는 그의 고향인 라레이시(Larache)를 방문하여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또 그의 친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라밧을 벗어나 한 시간여 차로 달리는 동안엔 비현실적인 풍경들이 신기루처럼 눈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 세상의 피조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던 안개 속의 양과 염소 떼, 사람 하나 없는 드넓은 초원에 등장한 삐쩍 마른 말 두 필, 아무도 없는 호숫가에 몸을 반쯤 담근채 빨래를 하던 소녀까지. 이 모두가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장면처럼 잠시 눈에 잡히었다가 사라졌다.


멋진 경치를 보여 주겠다며 도로를 달리다가 그리스의 성전처럼 세워진 기둥을 발견하고는 차를 세워 내려보았더니 이곳은 7세기경에 페니키아 인들이 세운 **Lixus라는 고대 성터라고 했다. 바닥의 타일이며 기둥이며 여전히 귀중한 역사의 흔적이었지만, 이곳은 마치 주인이 떠난 후에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버려진 집터처럼 휑하기만 했다. 어쨌거나 이 나라는, 모로코는, 가까워질수록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은 나라였다.

호수가에 선 Noaman과 그의 친구
라밧으로 돌아오던 날 정류장으로 마중 나온 Noaman의 아버지

이곳에 머무는 20여 일간 나는 4번의 요리를 – 간장 닭 볶음탕, 월남쌈, 스파게티 그리고 또 간장 닭볶음탕 – 만들기도 했고 어느새 손으로 뜯어낸 빵으로 그릇에 남은 국물까지 말끔히 먹어 치우는 게 더 익숙해진 '켄자'가 되어 있었다.


*꾸스꾸스 (Couscous)

132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프랑스인은 자연스럽게 알제리 전통 음식인 꾸스꾸스(le couscous)를 프랑스로 가져왔다. 꾸스꾸스는 거친 밀가루를 약간의 물과 함께 쪄서 단순히 부풀린 것으로 좁쌀 크기의 작은 알갱이를 말한다. 꾸스꾸스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할 수 있는 요리이다. 다진 고기로 만든 완자, 푹 익힌 양고기 스튜, 양고기와 소고기에 매운 향신료를 넣고 만든 소시지의 일종인 메르게즈(merguez) 등 꾸스꾸스는 위에 어떤 재료를 올리고, 곁들이냐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이다.

<출처 - 네이버 음식 백과 참조 및 직접 수정>


**Larech & Lixus

모로코 북부, 테투안 주 서부의 항만도시. 라바트 북동쪽, 대서양 연안에 면함.[옛 이름]릭수스 Lixus. 인구 4만 8000명. 과일 · 야채를 재배하고 쌀을 경작함. 코르크 · 목재 · 콩 · 과일 · 양모를 수출하고 고대 페니키아인 유적 릭수스가 근처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