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앙리와 펠레

Morocco Diary / Rabat

by 이인

앙리처럼 동글동글한 두상의 HENRY와

펠레처럼 짙은 머리칼의 PELE가 나란히 앉았다.

고작 눈앞의 모래 축구장이 전부인데

둘은 꽤 진지한 뒷모습으로 앉아 아무 말 없이

친구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다.


모래사장에 뛰노는 녀석들 중,

그럴싸하게 옷 입은 녀석 단 둘.

둘은 그렇게 나란히 앉아 한동안 휴식하며

친구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다.


가운데 공 몰고 오는 녀석이 '뻥'하고

공을 엉뚱한 곳으로 날려버리자

앙리가 벌떡 일어나 공을 좇아 저 멀리 뛰어나간다.


펠레는 그 모습을 또 한동안 지켜보더니

정말로 은퇴한 노장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시 친구들의 플레이를 바라본다.


우다야(*Oudayas) 해변에서 만난, HENRY와 PELE

.기억으로 쓴 사진.


*

라밧 젊은 이들의 메인 데이트 코스인 우다야 해변은 메디나를 지나 대서양과 마주한 넓은 해변이다. 메디나 북쪽 끝의 부레그레그 강어귀에 위치한 우다야는 옛날에는 성채와 곡물창고였던 곳이다. 성문을 지나 구 시가로 들어서면 수백 년 전에 지어진 푸른 주택가와 미로 같은 길이 펼쳐진다. 이곳을 지나 해변 쪽으로 가면 대서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곽이 나오며 동 성곽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서양의 낙조 경관은 감탄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