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 Essaouira
'예술의 마을로 유명한 에싸우에라(Essaouia)'. 내가 가져온 여행 책자에는 그렇게 설명이 되어있었다. 버스를 탈까 생각도 했지만 여기저기 물어보니 싸고 편한 그랑 택시(Grand taxi)라는 것이 있다기에 택시 정류소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낡은 벤츠를 개조한 이 택시는 기사를 제외한 6명의 손님이 채워져야 운행을 하고 혹 2인 요금을 내면 앞자리를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알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택시였다. 흥정을 마친 나는 70dh을 내고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앞자리엔 운전사를 포함한 남자 셋, 뒷자리엔 여자 넷. 처음 본 사람들이 살을 맞대고 두 시간을 가야 했다. 그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과 힐끗힐끗하는 눈빛을 받으며 드디어 에싸우에라(Essaouia)에 도착했다. 하지만 6명을 채우느라 워낙 출발 시간이 늦어졌고 생각보다 이른 일몰 시간도 내 계획엔 없었다.
택시에서 내렸더니 이미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는 동안 동승했던 현지인들은 익숙한 듯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지나가는 몇몇 행인들은 동양의 아가씨가 낯선지 쳐다보기만 할 뿐 도움을 주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저 저 멀리 보이는 어슴푸레한 불빛을 등대 삼아 직진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컴컴한 마을, 시멘트가 덩어리째 떨어지는 폐가에 가까운 호텔, 호객행위를 하는 몇몇 거친 아저씨들. 그리고 또 얼마나 걸었을까. 제대로 가고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들 때 즈음 드디어, 메디나의 성문이 눈 앞에 들어왔다. 성문을 지나자 불빛 하나 없던 먹먹했던 길이 끝남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시끌벅적한 사람 사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저곳에서 틀어놓은 모로코의 전통 음악소리가 뒤섞여 들리고 오렌지 색의 불빛 아래,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한가로이 노니는 개와 고양이들은 경계심 없이 어슬렁거리며 내 냄새를 맡으러 다가왔다. 마치 드라마를 위해 지어진 세트장으로 인도된 것 같았다
'아, 이곳이구나.'
나는 마침내 에싸웨라의 뜨거운 심장을 관통하고 있었다.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 그런지 성가신 호객행위는 없었지만 쉽게 경계심을 풀 수는 없었다. 그렇게 숙소를 찾아 무작정 헤매고 있는데 반대편 통로에서 한 실루엣이 어른어른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Pardon? (실례해요)'
가까이 다가온 그 실루엣은 세련된 인상의 프랑스 아줌마였다. 인상이 좋아서였을까 방을 구하는 거라면 자기를 따라오지 않겠냐는 제안에 홀린 듯 그녀를 따라갔다. Hotel Riad Sidi Magdoul. 그녀가 운영하는 이 호텔은 성수기에는 400Dh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지만 당분간 150dh만 내고 묵으라며 인심 좋게 키를 내어주었다.
키를 받아 들고도 여전히 어물쩡거리고 있는 내게 빨간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Yassine이라는 친구가 다가와 짊어지고 있던 백팩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묵게 될 방 문을 열어주며 경계심 많고 지친 내게,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된 한마디를 건넸다.
"Welcome, This is your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