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 Essaouira
이 호텔에 머문지 겨우 며칠만에 Yassine, Abedul과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술이라고는 평생 모르고 지내는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이라, 우리는 술 한잔 하지 않고도 심도 얕은 다양한 주제들을 주고받으며 밤새 수다를 떨었다. 지난밤엔 호텔에 묵고 있는 또래의 여행객들이 모여 내 이름에 대해 논쟁 아닌 논쟁을 했다. '유진'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듯 다른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시작 된 대화였다. 그 중 Abedul의 논리가 가장 정연해서 모두 그의 얘기에 수긍하는 듯 했지만 다음날이 되자 모두는 다시 편한대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아래는 그 순간을 녹음해 둔 파일.
● "Eugene? Yujin?" https://soundcloud.com/rootlesscat/12-06-abedul
기분 좋은 우연으로 이곳에 머물기로 결심한 3일 째인 에싸우에라의 밤. 나는 이곳의 밤을 걷고 있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메디나를 지나고 뮬레이 하산(Moulay Hassan) 궁전 앞 광장을 지나고 있었다. 저 멀리 밤안개가 내려 앉은 광장의 끝엔 에싸우에라 항구가 있을 것이다. 나는 대서양을 마주 하기 위해 조금 더 걸었다. 촤악 촥- 촤악 촥-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바다의 짠기가 진하게 풍겨왔다.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이곳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책상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었더라면 오늘 밤의 풍경은 죽기 전까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정의 시작부터 감사함과 반가움 그리고 놀라움 같은 고마운 순간들의 연속이었던 지난 며칠, 여행이란 건 어쩌면 '우연한 것', '계획에 없는', '불확실한 것'의 그저 조금 다른 말일 것이다.
멀리 해안가를 바라보니 검은 밤바다의 덩어리가 얇게 썰려 하얀 포말과 함께 납작하게 해변으로 밀려 쓰러지고 있었다. 그렇게 에싸우에라의 밤을 구경하던 나는, 역으로 이곳의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굳이 항구 근처의 벤치에 걸터앉아 파리에서 사 온 엽서 몇 장을 꺼냈다. 흐릿한 달빛을 조명 삼아 그리운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또 나의 안부를 삐뚤삐뚤 적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