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 Essaouira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나 하릴없이 해안가를 따라 걷고 있었다. 저 멀리서 부랑자 같은 한 남자가 내 뒤를 따라오며 연신 해시시를 권했다. 손사래 치며 그를 밀어냈지만 계속 거절당하자 무슨 오기라도 생긴 듯 내 뒤를 바싹 붙어 따라왔다. 조금 겁도 나고 해서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그가 뜬금없이 혹시,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아냐고 물었다. 여고 시절 나름 그 계보까지 줄줄 외우던 락/메탈 마니아 였던지라 ‘당연한 거 아냐?’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 메디나 밖을 가리키며 저쪽 방향으로 15분 정도만 가면 지미 헨드릭스가 지냈던 별장이 있을 거라며 귀띔을 해주고는 사라져버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1960년대에 지미 헨드릭스가 이 근처에 별장을 지어놓고 살았으며, 조금만 가면 실제로 그 집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바로 호텔로 돌아가 Abedu의 친구에게 자전거를 빌려 눈대중으로 기억해둔 방향을 향해 무작정 페달을 밟았다. 여행 책자에도 이정표도 없는 목적지를 찾아 뙤약볕을 맞아가며 구불 구불한 길을 한 시간 정도 달리자, 이번엔 가늠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오르막 길이 나를 막고 서 있었다. 나는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해 그 거대한 오르막 길을 겨우 정복했지만 이건 뭐, 또다시 이글이글 타오르는 지평선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앞 뒤 풍경을 바라보자니, 가끔씩 지나가는 히피들의 오래된 봉고차와 당나귀를 탄 꼬마를 제외하곤 길 위엔 일행으로 삼을 이방인은커녕 불친절한 표지판 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사병에 걸릴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 겨우 호텔로 돌아와 Yassine에게 씩씩거리며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옆에서 해시시를 말고 있던 호텔 관리인 Ahmed아저씨가 심드렁하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That’s true but bad joke of Morocco.”
아저씨의 얘기를 듣자니 이곳이 예술의 마을이라고 불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에싸우에라(Essaouia)는 예로부터 많은 예술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곳이었다. 그 중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와 밥 말 리가 지친 영혼을 달랬던 안식처로 여기며 머물다 간 곳이라는 것이다. 많은 프랑스 인들이 이곳에 주택을 짓거나 카페나 호텔을 차리는 이유 또한 대서양 특유의 해무 만큼이나 짙은 낭만이 배어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저씨는 다음엔 이곳을 찾아가보라며 해시시를 말기 위해 꺼내 둔 종이에 낯선 동네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짓궂게 웃으며 이번엔 꼭 택시를 타고 가란다. 잠시 목을 축이고 두어 시간 뒤, 아저씨가 알려준 주소를 택시 기사에게 내밀고는 제법 달렸다.
길은 여전히 황량했다. 별장 따윈 없을 것 같은 황량한 웅덩이를 지나자 이윽고 바닷가 투어용으로 운영되는 자그마한 마구간이 나왔다. 동시에 길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택시에서 내려 쭈뼛대고 있자니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왔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주인장이 뭐라며 말을 걸어왔다. 당연히 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Jimi Hendrix 어쩌고 했더니 그는 심드렁하게 마구간 한 켠을 가리켰다.
“어!”
결국 나는 ‘살아있는’ 지미 헨드릭스를 ‘실제로’ 보게 되었다. Jimi Hendrix라는 이름표 아래에서 씨익 웃고 있는 저 녀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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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 (Jimi Hendrix)
출생-사망 1942.11.27 ~ 1970.9.18
미국의 기타리스트로서 최고의 기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지미 핸드릭스 익스피리언스를 조직해 활동했고 이후 기타 연주 역사에 남을 명 앨범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흑인 특유의 감성을 기반으로 공격적이고 때로는 부드럽고 선율적인 명연주를 남겼다. 제프 벡, 에릭 클랩턴·지미 페이지 등과 함께 최고의 기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출처:두산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