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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Jul 23. 2021

아이는 사랑만으로 잘 키울 수 없다.

<금쪽같은내 새끼>를정주행 하며느낀육아 공식

요즘 화제의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연상케 하는 이 방송은 오은영 박사님과 패널들, 양육 고민이 있는 보호자가 모여 좋은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송이다.


평소 이런 소재의 콘텐츠에 관심은 없었지만, 나의 유년시절과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재미와 의미를 듬뿍 느끼며 현재까지 보고 있다.


매회 얻게 되는 인사이트는 어른과 아이를 규정했던 '~~ 라면 당연히 이래야 돼' 식의 모습을 벗어난 시각을 주었다.






오은영, 아이에게 언어를 주는 사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박사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하게 됐다. 정말 이 분은 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사님은, 아이들의 행동과 언어를 정확하게 해석하신다.


예를 들어, 너무 귀엽지만, 잘 삐지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습관적으로 때를 쓰고, 물건을 집어던진다. 주변 어른들은 이 아이를 보면서, '너무 어려서 뭘 몰라' 또는 '자기가 뜻하는 대로 해야 하는 성격인가 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화면을 유심히 보는 박사님은 전후관계를 말하며 그 행동을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아이는 단순히 고집불통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전후관계에는 자신이 한 말을 부모님이 놓치게 될 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등이 있다.


이걸 보고 있으면,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단순히 몇 가지 단어로 퉁쳐버리고, 규정지었던 상황들이 쉽게 생각난다. 그리고 아이와 어른의 언어는 얼마나 다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박사님 짱.




아이는 사랑만으로 잘 키울 수 없다


중학교 때 귀여운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랑 종종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면'식의 가정을 하며 즐겁게 미래를 그렸다.(잘살지 읍읍아..?) 그때 우리는 '아이는 사랑만 주면 잘 자란다'라고 힘주어 말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사랑을 받지 못해서 엇나가게 되는 거라고.


그런데 이 프로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는 애정과 관심만 주면 잘 자라는 식물이 아니다. 부모님은 모든 걸 걸고 노력하는데 아이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랑의 언어는 저마다 다르기에, 어떤 부모님은 서투른 사랑을 주기도 했지만, 이것과는 예외로 정말로,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집에 여러 사정이 생기는 걸 보며, 사랑만으로는 어려운 게 육아구나 싶었다.


프로에 나온 한 아버지는 아이를 낳기 전 평화로운 주말 오후,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허탈한 표정에서 망망대해를 지나는 부모의 심정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안된다


<대화의 희열>에서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를 때리지 않는 것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결코 아이에게 폭력을 행하면 안 되고, 만약 했다면 반드시 제대로 사과할 것을 권고한다.


사실 갈등 상황을 모면하는 데에 폭력만큼 쉽고, 빠른 방법도 없다. 문제는 아이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인터뷰 시간에, 체벌이 가장 힘들고, 무서웠다는 금쪽이의 말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또 일시적으로 해결된 상황이기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맞았던 일은 죽어도 안 잊힌다. 오히려 왜 나에게 그랬냐며 욱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나는 혹시라도 아이를 낳는다면, 사랑의 매는 절대 안 해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했다.






아이는 사랑을 주면 곧바로 잘 자라는 존재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가정 내 따뜻한 사랑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이 상황을 마련했다고 한들,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지는 평화로운 육아는 없다.


아- 그래서 이토록 많은 어른들이 애 낳으면 달라진다고 말했나 보다. 그리고 새삼 육아가 가장 어렵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애를 낳아본 사람 같은데, 애도 없고, 결혼도 안 했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프로를 봤다'가 나의 시청 동기였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엄마를 이해했다기보다는 어른을 이해하게 됐다. 매회 어른도 새로운 것은 서툴고 어려운 인간임을 확인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 앞에서 무너지는, 완벽하지 않은 어른 말이다.


어쨌든 유교사상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여러 언어가 생겼으니까.


우리 모두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자!! 아이의 행동을 내 맘대로 규정짓지 말고, 들여다보고 확인하자. 어른의 마음, 부모의 마음, 그리고 당신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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