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R=VD는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트키다. 똑같은 경험도 어떤 관점으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어 바라보냐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위기가 되기도 한다.
20대 초반 내내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내 생각이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 속에 너무 가득차서 힘들었다. 내가 처한 상황만큼 힘든 상황은 없는 것 같고, 미래에대한 큰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물이 반 밖에 안남았네'라는 약간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별로였다. 생각은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었고, 나는 꽤 오래 우울을 안고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님의 강연은 큰 인사이트로 다가왔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 쓰고 있는 언어를 바꾸는 것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내가 하고 있는 말을 바꾸는 것을 결심했다.
그날 이후로 좋은 말을 많이 하려 노력했다. 비오는 날이 싫을 때는 '비가 오니까 운치있다'와 같은 말 먼저 꺼냈다. 가진게 없다는 생각이 들때는, '책임질 것이 없기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소한 습관들을 바꿔보니 말이 씨가 된건지, 머리가 미쳐버린건지. 사는게 괜찮아졌다. 그리고 전에는 화들짝대며 싫어했던 것들이 이젠 별거 아닌게 됐다.
말을 바꿈으로써 자연스럽게 관점이 바뀌었다. 싫은 것, 부정적인 것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들을 확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알게됐다. 결국 내가 쓰는 언어를 바꾸는 훈련은 내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출 것인가, 내 시각을 교정하는 일이라는 걸.
인간관계를 맺다보면 욕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너무 기가 막혀서 이 사람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일러바치고 싶다. 예전엔 그럴때마다 참 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럴 수록 분노가 해결되긴 커녕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은 깊어졌고, 다른 사람의 동의와 함께 그 사람은 세상 둘도 없는 나쁜놈이 됐다. 그 후론 그 사람이 더 싫어졌는데, 그 말을 해서 그런건지, 원래 나쁜놈이라 그런건지는 알 수 없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복기할수록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깊어지는 것이었다. 나쁜 사람이 덜 나쁜 사람이 되는 기적은 없었다.
요즘엔 정말 말에 힘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비록 그게 일생일대의 소망을 이루게 해주거나 없던 백억을 뿅! 나타나게 해주는 건 아니지만, 내 관점 하나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생각보다 삶을 사는데 중요한 도구다.
물론 계속 훈련은 해야하는 것 같다. 정신 차리고 보면 옛날 습관들이 불쑥 나와 내 삶이 얼마나 별로인지 설명할 것 같으니까.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나도 어떤 일에든 무던한, 강철멘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더 나아가 왕긍정맨이 될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