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최고다

돈으로 완성되는 삶

by 꿀별

"신입 연봉이 3800??"


취업했다는 친구의 연봉을 들었다. 3800이란 어마어마한 숫자 앞에서 왜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보다 연봉을 코 앞에 내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먼저 경력을 쌓았던 친구는 이미 4000 이상을 받고 있었다. 친구들의 액수에 비교하면 초라한 내 연봉을 떠올리며 매콤한 불족발을 꿀떡 삼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내 연봉도 만족스러운 액수였는데..'






돈이란 무엇인가

직업 선택 시 중요한 기준 첫 번째로 '연봉'을 기입하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그땐 일은 매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적성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왜 연봉이지? 하는 의문을 안았다. 첫 회사에 입사할 때도 연봉은 크게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다. 당장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가 더욱 중요했다.


그런데 어떡하지. 이제는 알아버렸다. "돈이 최고"라는 그 무언의 진리를...


제목_없는_아트워크.jpg 어쩐지..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삶의 기본적 조건은 다음과 같다. 포근한 집에서, 왼쪽에는 그레놀라가 듬뿍 올라간 그릭요거트, 오른쪽에는 망넛이네 비건빵을 둘 것. 그리고 가운데에 맥북 프로를 살포시 놓고 있을 것. 다음 중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고르시오.


1. 포근한 집

2. 그릭 요거트

3. 비건빵

4. 맥북 프로


정답은? 놀랍게도 없다! 다 돈이 들어간다. 심지어 포근한 집은 돈이 들어가는 수준 이상이다. 건강한 음식들은 주식으로 먹자니 감당이 안 될 가격이고, 천재 잡스의 집요함이 담긴 맥북 프로는 무이자 할부 구매면 다행이다.


인간관계를 맺을 땐 또 어떤가. 분위기 좋은 카페, 청결한 식당, 디즈니의 신작을 볼 수 있는 영화관마저 돈이 든다. 친구에게, 또는 내게 좋은 일이 있어 쿨하게 사주는 그 선물에도 돈은 필요하다. 언젠가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들고 나온 친구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 "돈이 최고다" 그 흡족한 미소와 입꼬리에 가득 담긴 만족스러움이 대변하듯, 믿음, 소망, 사랑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다.


타인에게 보이지 않을 애정을 물리적으로 보여주고, 보기 싫은 것들은 안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바로 돈이다. 돈은 삶의 압도적 여유를 준다.



돈이 보여주는 마음의 크기

이 부제목,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인가? 결코 아니다. 너무 자본주의틱하다. 그럼에도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마음을 표하는데도 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어른이 되고, 직접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다. 바로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이 내게 줬던 물질적 혜택은 결코 금전적 여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어린 시절, 운 좋게 많은 사람들에게 받으면서 자랐다. 가까운 사람들이 사주는 따뜻한 밥, 기꺼이 주머니에 찔러줬던 용돈, 축하 선물로 받았던 mp3까지. 정서적 사랑만큼이나 물질적 사랑 듬뿍 받으면서 살았다.


성인이 되면 나 역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돈을 벌고 나니 내 주머니 채우기 바쁘다. 당장 누군가에게 보답하기에 친구가 산 아이폰 13은 부럽고, 옷장 속 넘치는 옷들 사이에서 오늘 입을 옷은 없다.


제목_없는_아트워크 2.jpg 벚꽃엔딩은 제법 즐겨야죠




여전히 돈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어떤 날은 돈이 주는 행복에 마음 깊이 웃다가 또 어떤 날은 돈이 주는 초라함에 눈물을 감춘다. 돈 때문에 두려워했다가 돈 덕분에 행복하다. 다음 달에 쓰지 않은 연차비가 월급과 함께 들어온다 했는데, 새로운 신발을 살지, 봄맞이 자켓을 살지 벌써부터 짱구를 굴리게 된다.


돈! 그게 뭐라고 이렇게 긴 글을 써야만 했는가.


하지만 나는 또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한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생각해왔지만

인센티브를 준다면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이다.


연봉 상승 그날을 꿈꾸며 자본주의틱하게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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