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이면 어때 마음

캐나다 샌드위치 집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

by 꿀별

최근 최애 도서관이 생겼다. 매트로타운 근처 버나비 도서관이라는 곳인데 탁 트인 창문이 딱 내 스타일이다.


눈이 즐거워지는 자리


엊그제는 글 쓰러 최애 도서관에 갔다. 라떼 한 잔 들고, 즐겁게 여유를 즐기려는 찰 나 자주 앉았던 내적 지정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주변도 꽉 차 있어 결국 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평일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자리를 찾으러 곳곳에 가보니 의외의 것을 발견했다. 나는 내적 지정석이 최고라 생각했는데 더 좋은 명당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걸 왜 몰랐지 싶다가도, 돌이켜보면 굳이 더 좋은 자리를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뷰 좋은 자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살면서 막힌 길을 많이 만났다. 당연히 이 길로 가겠거니 하고 출발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 한 길로 가곤 했다. 정확히는 가야만 했다. 길이 막혀 그 길로 들어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새로운 자리를 찾아야 했던 것처럼.


여기 와서 일했던 한인잡 샌드위치집에서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둘 때가 생각난다. 그때 사모님께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사모님..’


어랏? 그런데 볼을 타고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눈물이었다! 내 나이 스물일곱. 캐나다 샌드위치집에서 퇴사를 고하다 눈물을 흘리다!


지금이야 꽤 시간이 지났으니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당시에는 차가운 캐나다에서 앞으로 혼자 살아갈 길이 막막해 울었다. 사모님 저 어떡해요 엉엉.


그런 내게 사모님은 말하셨다.


”(띠용?)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지. 왜 울고 그래? “


그 말을 듣고 뭐랄까. 그러게? 나 지금 왜 울고 있지? 싶었다. 그냥 해보니 아닌 일을 그만두는 것뿐인데.


울다가 정신 차리고 이력서를 돌렸더니 팀홀튼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주방 속에서 일하는 것 말고, 진짜 내가 원했던 손님을 응대할 수 있었다. 그때 그만하길 참 잘했다.




일이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을 때, 조악한 상상력은 앞으로 내 인생이 끝난 것처럼 굴곤 했다. 이거 하나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나, 다른 곳 가서 뭘 얼마나 할 수 있나 싶었다. 그로 인해 아닌 길도 몇 발자국은 버티듯 가곤 했다. 내가 아는 것만이 최고처럼 느껴져서. 내 생각 밖의 것들은 두려워서.



꺾인 나뭇가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듣다 마음에 남았던 말이다. 기대했던 일이 잘 안 풀릴 때, 그래도 나름 준비한다고 했던 일들이 꺾일 때, 이 한 문장을 생각했다. 이번에 꺾인 상황들은 나를 어느 방향으로 데려다줄까 하고.


꺾여버린 상황은 인생의 오점도, 붕괴도 아니다. 그저 한쪽 문이 닫혔을 뿐, 내가 열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문들이 있다.


그러니까 도서관에 자리가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위한 더 좋은 자리를 만날 거니까.


찾았다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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