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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Mar 07. 2019

다이어트의 휴식기간을 보낸 후

휴식이라 쓰고 폭식이라 읽는다.

짧다면 짧을 9일간의 다이어트 기간이 끝나고 폭식 가득한 몇주가 흘렀다. 그 사이 요가도, 운동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한번 풀어지면, 두번 세번은 어렵지 않은가 보다.


오늘은 친구와 명동에 위치한 쿠우쿠우에 다녀왔다. 지금 나는 그곳에서 폭식 후 느낀 감정에 대해 기록하고자 한다. 원래 명동에 가서 친구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송도이고 여기에서 명동으로 향하면 족히 2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오늘 수업은 1시 30분에 이미 끝났고 친구와 통화를 하자마자 맛있는 것을 먹고 힐링하고 싶다는 유혹이 강해졌다. 친구 역시 같은 감정을 느낀 터라 우리는 만남을 성사하기로 했다. 사실 개강한지 3일차라 힐링할 이유도 없지만 나는 전과하고 외로운 아싸라 이제 대학교 내에서 만나 맛있는 것을 먹을 친구가 없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친구라도 보러가야 겠다. (명동 쿠우쿠우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정말 친구를 만나고자 한거다 하하)


도착한 후 디너를 먹었는데 우리는 앉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접시를  들고 초밥에, 김밥에, 새우에, 연어에 별의 별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다 담았다. 중간에 비린 음식도 분명 있었으나 배고픔 앞에서 비린 음식은 그렇게 큰 데미지를 입히지 않았다. 그렇게 찬 음식 위주로 먹었더니 속이 콜드해졌고 이제 따뜻한 음식 닭강정과 피자, 감자튀김 등 웜한 음식을 위주로 먹었다. 단짠단짠도 울고갈 따찬따찬이 따로 없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크림새우튀김인데 튀긴 새우에 샤워크림과 파슬리가 잔뜩 올라간 음식이다. 와 이거 정말 맛이 일품이다. 입에 넣으면 그 자리에서 녹아버리는 효과. 다 먹고 나선 당연히 후식타임. 갈린 눈꽃 얼음에 젤리와 떡, 후르츠칵테일을 잔뜩 담고 그위를 아이스크림으로 덮은 후 각종 티라미수와 케이크들을 담았다. 그리고 와플기계 옆에 데워진 와플에 사과잼과 생크림을 잔뜩 담아 접시에 올렸다. 거기에서 더해 따로 먹을 케이크들을 잔뜩 집고 우리는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섞어 먹었다. 미쳤다. 미치겠다. 이젠 배가 정말 부르다. 못먹을 것 같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뽑아 마셨다.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아포카토가 생각났고 아이스크림을 다시 퍼서 아포카토를 만들어 먹었다. 


땡땡땡


GAME OVER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시 우리는 힘을 내서 일어나 젤리와 과일을 담아 왔다. 그리고 꾸역꾸역 먹었다. 디너는 2만원인데 그 값이 아까워서 더욱 무리했던 거 같다. 잔뜩 해비해진 몸을 이끌고 다이소에서 쇼핑을 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지하철을 좀 타서 가다 기숙사로 직행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달리는 버스, 더부룩해진 배, 퇴근시간이라 막히는 찻길

뭐하나 제대로 터지는 게 없었다. 그리고 점점 속이 힘들어 지기 시작했다. 흑 미치겠다. 이렇게 과식을 한 몸을 차에 실었더니 정말 힘들다. 빨리 내려서 기숙사에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래도 꾹 참고 가기로 했다. 집으로 가는 2시간 동안 힘들어서 노래도 듣고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도 들으며 울렁거리는 속을 꾹 눌렀다. 그렇게 도착해 내린 정류장 앞 숲길에서 나는 우웩- 오바이트를 했다. 와 이렇게 쓰고 나니까 소름인게, 오바이트가 혹시 over(오바)eat(먹는다)가 아닐까? 오바해서 먹었더니 토가 나오니까 !! 완전 유레카 ... 와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overeat 음식이나 술 따위를 많이 먹어서 속이 불편하여, 먹은 것들을 토하여 내는 일.] 맞아버렸따. 아니 지금 이럴게 아니지, 아무튼 ! 결국 울렁거리는 속을 견디지 못하고 개워냈다. 그런데 다 개워낸건 아니고 아이스크림만 줄줄 나온 거 같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지금은 크림새우 사진만 봐도 토할 거 같다.



원래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 같다. 내가 오늘 이 글을 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오는 길에 인생에서 '선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그 내용을 쓰기위함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우리의 일상은 선택으로 채워져 있고 이러한 선택들이 모인 하루가, 한달이, 일년이 결국 나의 인생이 된다. 나는 오늘 뷔페에 갈 것을 선택했고, 과식할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바이트였다. 하.. 왜 인간의 실수는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나란 아이.. 내일부턴 건강한 나를 위해 건강한 식단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다음편은 [과식후기- 육쌈냉면 JMT] 이런류의 글이 올라오지 않길 나 스스로에게 바란다.


아, 그리고 오늘 어떤 글을 봤는데 사람의 생각과 무의식에 관한 짧은 내용이었다. 우리는 보통 살을 빼고자 할 때, 살빼야하는데 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나의 정체성을 살빼야하는 존재로 지정하는 말이라고 한다. 때문에 살빼야하는데 라는 하소연보다 건강한 나를 위해! 식으로 습관적인 말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가 살빼야한다고 말하면 할 수록 나는 진정 살을 빼야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이렇게 음식적으로 풍요로운 세상, 터치 하나로 결제와 주문까지 모두 가능한 세상 속에서 내 몸을 진정으로 위한 음식을 섭취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먹는가 보다.


아!! 됐다. 먹는 풍요는 내게 큰 즐거움은 아닌 거 같다. 그런데 그러면서 먹고 또 먹는다. 나도 나를 알 수 없다. 내일부턴 조금 더 퓨어한 식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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