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몇 살이에요?”
라는 질문에
“97년생이요”
라고 답하는 요즘.
마음 같아선 국가가 새로 정해준 만 나이로 당당히 ‘26세요’라고 답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선 왠지 “아 뭐야~ 28살이네”하며 비웃음이라도 받을까 싶어 그냥 년생을 말한다. ‘내 나이는 당신이 정해주세요’ 전략이랄까.
만 나이로 계산을 하니 2년이나 어려졌다. 별 거 아닌데 30살이 멀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뭐지 이 안심되는 기분은. 몇몇 후회되는 지난 시간들이 일단 2년은 복구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도라에몽엔 ‘45년 후 미래의 자신과 만나게 된 노진구’ 편이 있다. 미래를 걱정하는 어린 노진구에게 늙은 노진구는 말한다.
좋은 인생, 살아가는 대단함이란 어떤 걸까.
소소하더라도 힘차게 살아 그때그때의 자신을
자신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간다.
그런 거 안에 힌트가 있을 거라 나는 생각해
쇼츠보다 짧은 애니메이션 짤을 보고 감명을 받은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아니,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그렇게 과거를 상기하다, 노션을 켜 옛날에 썼던 글을 읽었다. 우울과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었던 나의 20대. 읽다 몇몇 글은 지웠다. 이럴 때면 시간을 돌이키고 싶다. 그때의 내게 돌아가 우울이라는 감정을 치유해주고 싶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의 글을 읽었다. 이 분은 이미 60세가 넘었는데, 나처럼 자기 인생에서 가장 좌절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때로 돌아가 술도 끊고, 수렁에서 조금 더 일찍 빠져나오고 싶어했다.
그는 간절히 바라다 문득 이런 깨달음에 도달했다.
나는 인생을 두 번 사는
행운을 가졌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바라는 점은 근심 걱정 끊고, 행복한 거다. 소박하게도 그 뿐이다.
아마 미래의 나 역시 마찬가지 일 것 같다. 걱정 좀 그만하라고, 어깨를 주물러줄 것 같다. 뻣뻣하게 굳은 어깨를 적당히 말랑하게 만들어주고, 다시 갈길 갈 것 같다.
어제 밤은 고민이 많았다.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 내가 나한테 바라는 건 그냥 대체로 편안한 건데.
힘을 조금 더 빼보자. 2년 벌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