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불안에 관하여
스포 YES
<인사이드 아웃 2>를 봤다.
영화 시작 즈음엔, 어제 만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 픽픽 웃었다.
'옆에 앉은 분께서 너무 많이 우셔서, 나는 울 타이밍을 놓쳤어'
아니, 뭐 얼마나 슬펐길래.
영화 중반을 넘자, 친구의 옆에 앉은 분처럼 된 나를 발견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가장 주목할 캐릭터는 바로 불안이다. 현대인에게 불안이라는 감정은 아주 익숙한 감정이니까. '공황장애', '가면 증후군', '불안증' 등 불안이 병명으로 발현되고, 몸으로 겪어 나가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불안을 인식하게 되었던 때가 기억난다. 대학교 시험기간 때, 나는 알람 없이도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간을 새벽 5시쯤으로 맞춰 놓으면, 4시 50분에 눈이 띄었다. 친구는 그런 내게 너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야 하며 감탄했다.
문제는 시험기간이 아닌 날에도 점점 이런 증상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화창한 아침, 펄떡펄떡 뛰는 심장 박동 소리에 깨었던 날이었다. 나는 내가 각성 상태로 잠에서 깼던 지난날들이 더 이상 자랑할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영화 속 불안이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최악의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여 라일리를 조종한다. 그 끝에 라일리는 자신이 아닌 존재가 된다. 새로운 단체에 잘 어우러지기 위해 미시간주에서 왔다고 거짓말하고, 좋아했던 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허세를 부린다. 자신의 손동작이 자연스러운지까지 신경을 쓰며 주변을 의식한다.
그러한 노력에도 라일리의 삶은 아름답게 풀리지 않는다. 현생에서 불안을 동기로 선택한 일들이 그렇듯, 일은 꼬이고, 마음은 더 조급해져 가며, 사람들은 나를 보며 '왜 저러지?' 싶다.
감정의 균형을 잃은 불안이는 라일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모든 기계를 닥치는 대로 동작한다. 불안이의 최선은 라일리를 몰아붙인다. 그 끝에 본인이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떤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패닉이 된 불안이는 그대로 굳고, 정지한다.
정지된 불안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흘린다. 쟤도 얼마나 잘하고 싶었겠어.
지난날의 나도 그랬다. 내가 더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실수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모든 걸 통제하려 했다. 미래를 예측해 최선의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결국 일을 그르곤 했다. 사실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영화 시작될 때 라일리의 자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의 구슬이 라일리의 자아 밭에 뿌려지자, 라일리의 자아는 재형성된다. 결국 지난 실수들도 라일리를 만드는 일부분이 된다. 실수를 무의식 건너편으로 열심히 옮겨왔던 기쁨 이는, 오직 긍정적인 요소로만 라일리를 만들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자아는 변화한다. 나라는 사람은 착하고, 이기적이며, 따뜻하고, 질투가 많다. 자신감이 넘치고, 미래가 두려우며, 도전적이다. 긍정적이고, 엉망진창의 기억들과 모순적인 나의 모습이 뒤섞여 자아가 된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이동진 평론가가 썼던 한 줄이 더없이 와닿는다.
그 모든 게 나였다.
그 전부가 세월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여전히 나라는 사람은 사춘기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걸까. 불안에 못 이긴 라일리가 최악을 선택하게 되는 장면까지 이해되었다.
그렇게 구석구석 이해하고 나니, 이 영화를 보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