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리지 않은 어른이 되는 게 중요해
요즘 친구랑 한 달에 한 번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 전시나 강연을 보러 다니며 요즘 무엇을 했고, 앞으로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한다. 나는 이런 행위들이 지금의 나보다는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한 일임을 알고 있다.
최근 나는 다시 후회의 늪에 빠져있었다. 어차피 비슷한 업계에서 일할 것 같은데, 일을 그만두었던 시간들이 후회되었다. 그 시간에 그냥 회사 다녔으면 지금쯤 얼마를 모았을 텐데, 실력은 어느 정도 쌓였을 텐데 상상했다. 자꾸만 원점에만 서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후회를 하며, 내면은 조금씩 찌그러졌다.
아마 그 회사를 더 다녔으면,
나는 망가졌을거야
그래서 망상과 후회에 선빵을 치기로 했다. 아마 그때 내가 아닌 길을 꿋꿋이 걸어갔다면 나는 결국 붕괴되었을 거라고. 못내 아쉽고 그리워 했던 그때의 나를 ‘망가졌을 거야’라고 정의 내리니 마음이 편안- 했다.
“너한테 망가진다는 건 뭔데?”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음.. 실장님한테 화냈을 것 같아.”
그때의 나는 위태로웠다. 집에서 배워야 할 감정 조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갔으니.
물론 실제로 그랬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미련을 끊기 위해 상상해본다. 회사 실장님한테 감정 조절 못하고, 머가지 없게 샤우팅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니 최악이다. 휴- 그때 못볼꼴 안 보이고 퇴사했으니 망정이다.
친구는 내게 신박한 망가짐이라 했다. '술주정뱅이' 또는 '마약하는 사람'도 아닌 '화내는 사람'이라니.
누구에게나 억울함, 원통함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타인이 알지 못한다. 내가 오롯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걸 때때로 들여다보고, 해소하지 않는 다면 뒤틀린 어른이 된다.
뒤틀린 어른이란 누구일까?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언행으로 짓누르려는 사람. 뒤틀림이 언제 분출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사람.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던 어른들을 결코 닮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다. 나에겐 뒤틀린 어른이 되지 않는게 중요했으니까.
뭐 그렇다고 지금은 완벽한 어른이 되었냐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퇴사를 했던 그 시점 보다 6배는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유년시절에 남긴 잔상들에는 격파 정도는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후회했던 결정들, 어쩌면 그때의 결정들이 나를 망가짐에서 지켜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선택은 '맛탱이가 나가 내린 결정'이 아닌, 나를 살린 절호의 찬스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과거는 과거이고, 나는 앞으로를 살아야하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