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별 Aug 04. 2024

다 지나간 이야기

나는 그런 이야기도 재미있더라

아 나 진짜 가끔 ADHD인가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이 많다는 것을, 단순한 친구와 대화하면서 깨달았다. 아직도 30분 전에 나눈 주제를 곱씹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



너 그걸 아직도 생각해?



오늘 아침에도 누워있는데 무의식 속에 있던 생각이 떠올랐다. 8년 전, 내가 20살이던 때의 일이었다.


갓 대학생이었던 나는 자주 토리헤어라는 미용실에 갔다. 위치도 가깝고,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토리헤어에는 입담 좋은 이모가 계셨는데, 그때 나는 친화력이 좋아서 금방 친해졌다.


하루는 오랜만에 머리를 다듬으러 토리헤어에 갔다. 이모는 나에게 남자 손님의 번호를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아서 물어봤다고 하셨다. 아니, 이모는 왜 그런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아주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나는 미용실 이모로부터 남자를 소개받게 되었다. 그는 알고 보니 우리 학교 학생이었고, 궁합도 안 본다는 3살 연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안 됐다.



길 가다 찍었는데 예뻐서요






오늘은 누워있다가 그 사람이 생각났다. '와, 나 이런 사람도 만났었지.' 진짜 이럴 때면 무의식 속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구나 싶다. 어떻게 이 사람이 생각났지? 우린 참 뜨뜻미지근하게 끝났는데.


생각난 김에 그 사람과 했던 대화와 작은 기억들을 더듬어 보았다.



'아, 그분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아, 그때 이런 일도 있었지.'

'아, 나는 이렇게 말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용기 내 보여줬던 취약한 모습도 있었고, 그 나이대 남자애들이 보여주는 허세도 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그 끝에 문득 '내가 많이 부족했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지금 연락해서 뭘 어떻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다. 그냥 '아, 이런 일도 있었지. 내가 참 부족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지난 일을 왜 갑자기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이런 구석이 있다. 숙원 사업 하듯이 이 사람을 만났을 땐 이랬고, 저 사람은 어땠고 정리를 한 번씩 한다.


그러다 나를 돌아보고,

그도 이해하고,

나도 이해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