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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더 열어보기로 해요

그냥 살아본다는 전략

by 꿀별

사실 요즘은 ‘잘살기 위한 전략’을 덜 궁리 하고 있다. 그냥 살아가보는 것이 꽤 괜찮은 전략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가 있다.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다. 또래지만, 딱히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는다. 그녀는 평소 말 수가 적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많아져 동료와 종종 외근을 나갔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나 행사를 정리할 때면, 그녀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빈 시간을 채웠다. 요즘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에는 어떤 일을 했고, 무엇이 부당하다고 느꼈는지. 딥하면서도 딥하지 않는 선을 적당히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 분, 참 괜찮네..

알면 알수록.


대화를 할 수록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내가 지향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은 벽이 느껴졌던 동료와 자연스럽게 일상을 나누기도 한다.






올해는 유독 몸이 아팠다. 몸이 아픈 강도가 지금까지와 달랐다. 복통이 심했고, 장염처럼 토하고 화장실 가기를 반복했다. 새로운 다짐하기가 취미인 나는 이렇게 아플 때면, 이내 두손두발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묘하고도 거대한 두려움. 이런 상황을 상담선생님에게 털어놓았다.



“스트레스로 아파 누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한참을 고민하다 대답했다.



꼭 그렇게 먼 미래를 통제할 필요 없어.. 그럴 수도 없고



그 말을 듣던 선생님은 조금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일까. 나는 왜 미래만 생각하면 이토록 두려운 것일까. 생각패턴을 바꿨어야 했는데, 안온하게 흘러가고 있는 현실을 뜯어고쳐 보려고 악바리로 애썼던 시간들이 있다. 사실 오늘도 잠깐 그런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인정했다. 나는 신이 아니고, 먼 미래를 명징하게 직조해낼 재량 따윈 없다는 것을.


내게 요즘 필요한 건 ‘마음을 여는 것’이다. 마치 내 옆자리의 동료처럼.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아도, 대화해보면 닮은 부분을 발견하고, 이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긍정하게 된 것처럼. 삶도 그런 영역의 것이 아니던가.


친구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득 안고, 절연까지 생각하다, 진심을 털어놓고, 상대방이 흔쾌히 사과하여 맥 없이 집에 돌아오는 경험. 그게 인생이니까.


그래서 요즘 내가 하는 훈련은 조금 다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다거나, 디자인 툴을 휙휙 다루고 싶은 욕심도 조금은 접어뒀다.


지금은 과거의 경험으로 나를 정의하지 않고, 현재를 또 다른 감옥으로 만들지 않으며, 그저 마음을 열고 지내보려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막연히 두려운 미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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