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별 May 08. 2019

먹는 인간

먹는 게 좋지만 먹는 내가 싫어

원래 건강 식단 일기를 쓰겠다며 한참 다이어트 일기를 썼었지만 10일이 최대였다. 나는 늘 무너졌다.

가끔 다이어트 후기를 읽다보면 절식과 폭식을 반복했다는 후기를 보곤 하는데

나는 그 마저도 불가능했다.

최대 10일 이후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적이 없다.


오늘은 내가 먹은 것을 허심탄회하게 적어보려 한다.

그렇지만 내가 먹은 것들은 결코 허심탄회하지 않다.



아침은 싱그러운 청포도와 오렌지를 먹었다.진짜 달고 맛있었다.


오늘은 수업이 세개가 연강이어서 밥 대신 버블티를 먹었다.

버블티 사진은 찍지 않았다.


생각보다 두번째 수업이 일찍 끝나서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날씨도 좋고 행복했다.

청량하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편의점 아메리카노였다.

맛있었다. 이쯤 되면 건강일기를 쓰는 줄 알았는데 요거요거 뻘 것만 먹고 다니고만 ?!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맞아요. 맞습니다.



그대는 나를 완전히 간파해버렸다.

오늘 내가 밥을 안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저녁에 치느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 부르기 직전까지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다짐을 되 돌아 보기 전 이미 다 먹어버렸다. 배부른 내가 싫다.. 하지만 맛있었다.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입안 가득 음식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20살부터 3년간 하루 한번은 좋게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것 같은데

이제 나는 나를 못믿겠다.

그러면서도 내 몸이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그대의 몸을 사랑하라 외치지만, 정말 내가 내 몸을 사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대로면 나는 내 몸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체비만에 팔뚝 살, 여기저기 끼어있는 셀룰라이트들.

명절 때 만나는 가족들의 다이어트에 관한 잔소리들.

아무렇지 않게 내 몸을 희화화하는 사람들.


아아- 벗어나고 싶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내 몸이 처음부터 모태마름이었다면.

나는 어쩌면 더 활기찬, 생생한 20대를 보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허벅지를 가리겠다며 긴 티셔츠를 사고, 조금 더 말라보이고 싶은 마음에 검정 옷을 입는 짓은 안했을 테니까


어쨌든 오늘부터 먹는 인간에 대한 글을 좀 써 봐야겠다. 


운동은 땅끄부부의 스쿼트와 팔뚝살 운동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YHfk45Yi2c

https://www.youtube.com/watch?v=9WhpAVOSyl8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 보자.


나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빵을 포기할 수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