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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Aug 21. 2019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것

결석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

대학에 올라온 후, 나는 단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기특할 정도로 착실하게 학교에 나갔다. 한 번의 결석으로 성적에 지장 가는 것이 싫어 출석만큼은 철저히 지켰던 것 같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땐 더 마음 놓고 놀아도 됐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뭐든 망설였던 그때의 내가 아쉽다.     


그런 내가 결석을 결심하게 된 건 영국으로 단기 어학연수로 갔을 때다. 오전 수업을 들은 후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수업이 듣고 싶지 않았다. 순간 머릿속으로 오후 수업을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오늘 오후수업 쨀거야”     


옆에서 볶음밥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 친구에게 결심하듯 말했다.     


“엥? 갑자기? 그냥 오늘 듣고 내일 다 빼버려. 이미 학교 왔는데 아깝잖아”     


사실 영국에서 내가 다녔던 학교는 필수 출석률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만약 오늘 오후 수업을 빠지면, 필수 출석률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다음에 하루 전체를 빠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에 학교와 기숙사의 거리는 걸어서 15분 정도였다. 그마저도 오고 가는 길에 경사로가 있어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이걸 하나하나 계산해보면 오늘 1시간 30분 남은 오후 수업은 듣고 내일 하루를 빠지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었다.     


“안돼. 나 오늘 당장 기숙사 가서 쉬고 싶어”     


그런데 그때는 한국에서 출석률을 열심히 지킨 것에 소심한 반항이라도 하듯, 기숙사에 가야만 했다. 내 마음이 오늘은 무조건 오후 수업을 안들어야한다 외쳤다.     


“너도 같이 가자”     


친구를 꼬시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친구는 내 꼬임에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은 다음에 통째로 빼겠다는 말을 남긴 채 남은 볶음밥을 긁어 입에 털어 넣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등지고 가방을 싸서 기숙사로 향했다.     



집가면서 찍은 풍경



그날은 유독 날씨가 좋았고, 따뜻했다.     


내가 살던 영국 거리가 기분 좋게 다가왔다.     



이때 나는 미래를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은 행복한 결과로 이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의 말처럼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때 내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더 맞았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날 오후수업을 빠진 대가로 이제 하루를 통째로 빠지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내가 집에 가며 느꼈던 상쾌한 감정은 여전히 내 마음을 일렁인다.


그때 집에 가며 느낀 상쾌함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내가 봐도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단지 감정만을 위해 저지르는 것에 대한 후련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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