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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Feb 01. 2020

인생 최대 몸무게 68kg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다.

말 그대로 68kg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해도 60kg이었으니 8kg이 찐 것이다. 한번도 상상한 적 없는 몸무게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나 말고, 우리 이모가


옆에 있던 이모는 체중계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를 한참 보더니 내게 말했다.


"아주그냥 지 맘~~ 대~ 로 먹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진짜 나는 내 마음대로 먹었다.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3일째 저녁밥 대신 배로 배를 채우고 있다. 다이어트를 실행한 것이다.


솔직히 저녁에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신나진 않다. 약간.. 즐거움이 사라진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역대급 몸무게를 찍은 상황에도 만족한다.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 극심한 폭식증을 앓았다. 3학년이 된 후엔 중도휴학을 했다. 물론 그 휴학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폭식증도 그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때,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낀 그 순간부터 나는 집에 들어갈 때, 한손에 무언가를 사서 들어갔다. 빵, 옛날치킨, 과자 등 끊임없는 음식들이 내 공허함을 채워줄 친구였다.


이 무시무시한 습관은 대학에 가서도 이어졌다. 당연히 내 몸은 과체중이었고, 주변사람들도 나에게 살 빼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게 폭식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폭식증에 걸린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거 진짜 사람 환장한다. 먹고- 또 먹고- 또 먹는거다. 머리 속에 한마디로 먹는 생각 뿐이다. 먹는 게 내 삶의 이유인 것이다. 미친 듯이 먹었다. 이런 먹는 내 모습이 싫어서 화장실 변기에 토한 후 다시 먹었다.


이상했다. 내 몸이 내 마음이, 내 뜻대로 전혀 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맘스터치에 달려갔다. 뿌치 뭐시기 치킨이랑 떡순튀같은 사이드 메뉴를 주문해 손에 가득 든 뒤, 집으로 가는 길 빵집에서 블루베리 잼과 생크림이 가득 묻은 카스테라를 사서 집에 왔다. 이걸로도 만족이 안되면 중간에 편의점에 들려 각종 초코 과자와 빵을 샀다.


집에 오면 밥이 잘 넘어갈 거 같은 예능을 틀어놓고


먹고


또 먹었다.


아주 그냥 미친듯이 먹었다.


미친 사람처럼



이런 내가 너무 싫었다. 극심한 자기혐오. 그때의 나는 내가 정말 싫었다. 영원히 못 고칠 거 같았다.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내 주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실 그때는 내가 폭식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냥 식탐 많고, 과식을 좋아하는, 먹을 거에 환장한 애!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아침부터 달려 나가 동네를 순회하며 산 포장음식들을 쥐고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폭식을 한 후, 잔뜩 부른 배를 감싼 채 베스킨라빈스를 퍼먹기 시작했다. 사이즈도 쿼터는 됐던 것 같다. 아니 근데, 배가 부를 만큼 불러서 그런 지, 음식이 안넘어가는 거다. 속도 매스꺼웠다. 나는 화가 났고 그 상태로 내 손을 쿼터사이즈 아이스크림에 넣었다. 고작 세입 정도 먹은 아이스크림을, 그 많은 아이스크림을 내 손으로 조물딱 조물딱 거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울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그리고 그때 생각했다.


'아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구나...'



결국 아이스크림은 버리게 되었다.




여러 방황 끝에 나는 다이어트 포기를 선언했다. 두손두발 다 들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정말 살고 싶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밥을 먹고, 배부르면 숟가락을 놓고 싶다.


그렇게 다이어트 포기 이후 세상에! 68kg까지 오게 된 것이다. 미친다 정말 ㅋㅋ 사실 너무 웃기다. 그래도 폭식증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지금 이 상황이 마냥 부정적이지 않다. 그래, 그래서 나는 지금에 만족한다.


적어도 이제는 끊임없는 음식들을 내 몸에 넣는 강박은 사라진 거 아닌가. 그거면 됐다.


저녁으로 먹은 배가 참 달았다. 이걸 먹으면 수분이 많아서 배도 부르고, 다음 날 속도 편안하다. 내 마음도 편안하다. 폭식증을 글로 남기는 거 보면, 내가 정말 많이 극복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에서 절절대던 시간에서 벗어나 해야할 일들과 미래를 꿈꾸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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