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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Feb 03. 2020

내가 보내는 시간이 나의 정체성이다.

생각만 하는 창작자에게

벌써 24살이 되었다. 올 한해만 학교를 다니면 이제는 정말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누구는 1학년때부터 자신의 목표를 잘 세워 그에 맞는 스펙을 쌓아온 반면,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만 하염없이 고민하다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물론 나는 '콘텐츠 기획자'라는 두루뭉술한 목표는 가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뭘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올해는 그 목표를 구체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건지 고민했다. 그런데 여전히 모르겠다. 유튜브, 웹툰, 글쓰기 등 안건드린 분야는 없는데 막상 끝을 본 경험도 없으니 그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입으로 밤낮 원하는 것을 부르는 건 쉽다.

내게는 웹툰이 그랬다. '이런 식의 만화를 그릴거야-' 하지만 이것을 막상 그림으로 그리면? 내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되어 수준 낮은 그림을 보여준다. 이게 정말 사람을 괴롭게 한다. 그럼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날 생각한다. '자존감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그리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다.


내가 밤낮으로 이런 소망을 염불해봤자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한, 글을 쓰지 않는 한, 영상을 찍지 않는 한 창작자도 작가도 아니다. 그럼 나는 뭔가? 


어제의 나는 근로지에서 근로를 하다가 집에 와서 쉬었다. 그럼 나는 근로하다가 조금 쉰 아이가 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창작을 원해도 창작을 하지 않은 이상 나는 창작자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 그저께는 근로하다가 집에 와서 쉬었다. 응? 어제랑 그저께가 똑같다. 젠장 나는 역시 근로하다 조금 쉰 아이다!

누구는 학교 다니면서 주말을 이용해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간다는 데 나는 그게 왜 어려운 건 지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지! 라는 긍정회로를 발휘하고 싶지만 또 한참 그러다가도 곧 사회에 던져질 나를 생각하면 무슨 스펙을 쌓야하 하는 지, 자소서는 어떻게 써놔야 하는 지, 아니 애초에 직업은 무엇을 가지고 싶은 지 고민하게 된다.


매일 아침 "지금 네가 그럴 시기냐"라는 말이 머리 속에서 도돌이표되는 기분이다. 우울하고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아쉬울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묵묵히 그림만 그리면 끝나는 일을 이렇게 고민만 하며 보내고 있다는 것들에 대해.


일단 지금으로썬 콘텐츠분야에서 일하면 취업에 있어선 만족할 것 같고 내 스스로 창작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면 더 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계획보단 묵묵히 움직이고 싶다. 결국 내가 쓰는 시간의 양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줄테니-


최고의 사유는 행동이라는 말이 와닿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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