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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Feb 07. 2020

독서의 이유

내 편이 없길래 내 편을 찾았다.

결국 개강 2주가 연기됐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결과였다. 집 밖에 나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나는 방학 동안 근로를 하는데, 우리 근로지도 일시폐쇄를 했다. 내 생각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폐쇄 기간이 늘어날 거 같다.

     

이로 인해 근로에서 맡았던 업무가 전적으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있으면, 붕 뜬 시간을 책으로 채우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책을 정- 말 읽지 않은 사람이었다.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 딱 내가 그 짝이었다. 책을 왜 안 읽었냐 묻는다면, 책은 그냥 나의 관심사 안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즉, 내 인생엔 ‘책’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없었다.


물론 중학교 3학년 때, 몇 권 읽기는 했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건 딱 두 권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다. 둘 다 지금 읽으라 해도 어려운 책인데, 당시에 과시적 독서에 잠깐 빠졌던 것 같다. 중2병이었는지. 당연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눈으로 봤다. 최근에 친구랑 1Q84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스토리를 듣고 전혀 이해를 못하는 내 모습을 보던 친구는 본 거 맞냐 물었다.     


하하


읽지는 않았고, 그냥 봤다. 정말

이해하지 않았고, 그냥 봤다. 그저     




그랬던 내게 지금 취미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독서라고 말할 것이다. 이제 나는 하루에 몇 문장이라도 읽고 자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처음 읽게 된 건 대학에 올라온 이후부터였다. 대학에 올라왔을 때, 강의를 들으면서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다. “아.. 난 전공이랑 더럽게 안 맞구나..” 그 느낌을 받았을 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내가 선택한 나의 전공이 되었음을.


맞지 않은 전공은 나를 방황하게 했다. 매일매일 괴로웠다. 정말 대학에서 ‘회의감 느끼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울하고 괴로웠다. 고등학교 때였다면 당장 옆에 있는 친구에게 칭얼대기라도 할 텐데 그게 불가능했다. 한가롭게 내 고민만 들어주기엔 친구 역시 자신만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새내기였기 때문에. 결국 나 혼자 모든 고민을 소화해야 했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아 인생은 정말 혼자구나”     

1학년 때의 방황은 3학년까지 이어져 중도휴학을 했다. 그렇게 1년간의 안식년을 가졌다. 사실 말이 안식년이지 편입준비를 했다. (더 방황하게 되는 계기였고 결과는 뚝 떨어졌다)




한참을 방황하고 있던 그때 나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말했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한 주관적 해석이다.)


참 신기한 게 책에서 자주 나오는 말들을 주변 어른들은 해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런 편에 속한다. 그만큼 삶이 책의 한 구절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책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줬다. 그때 나는 내 목표를 지지하는 한 문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말은 빙빙 돌아 어느 서점에서 만난 한 책이 말해줬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빌려 읽었다. 에세이 위주로 많이 읽었는데, 솔직히 기억도 안나는게 많지만 다양한 삶의 모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획일적으로 살지 않아도 됐다. 조금 어긋나도 됐고, 엇나가도 됐고, 이탈해도 됐다.     


책의 힘을 미세하게 느낀 것은 이 다음부터다. 책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전과를 했고 나는 이탈, 변화의 삶을 몸소 체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면 내 삶을 나보다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들은 나를 걱정하듯 말하며 나의 행동을 후려치고, 나의 처지를 가엾게 여겼다. 옛날 같았으면 화내거나 실망했을 텐데, 신기한 건 내 마음이 크게 다치질 않는 거다. 한마디로 별 생각 안 들었다.     


깊게 생각했다. “왜 아무렇지 않지?”, “휴학하는 동안 내가 너무 무감각해졌나?” 그런 생각들 끝에 책이 있었다. 나는 휴학하는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고, 그 끝에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킬 힘을 얻은 것이다. 책 속의 인물이 실패에서 극복한 사례와 마인드를 내가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사람들이 독서는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고 하는데, 내 마음의 근육이 살짝 컸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 후부터 나는 듣고 싶은 말이 있거나 알고 싶은 것이 생길 때마다 책을 찾는다.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었지? 싶을 때도 있다. 책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고,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다. 이런 독서의 경험이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 어떻게든 발휘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인생은 혼자라 생각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혼자다. 내 모든 감정은 내가 감당하고 컨트롤해야한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친구에게 쏟아냈다가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해 상처받기도 하고 되려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책은 내 마음을 조용히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만약 이 책이 공감해주지 않으면 어떤가? 다른 책을 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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