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별 Sep 29. 2020

너가 왜 살아야 하냐면

이 세상 답도 없는데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죽고 싶다


특별한 의미 없이 종종 내뱉는 말이다. 요즘엔 자제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마음이 쫄리고, 뭔가 내 자신이 싫어지면 이토록 시원한 말도 없다. 죽으면 다 끝이지 않나. 지금 가지고 있는 집착, 쫄림 이런 거 말이다. 개운하게! 시원하게! 다 두고 죽는다는 선택지. 생각만 해도 참 편할 것 같다.


죽음은 나에게 좀 특별하다. 그러니까. 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가. 나는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뭐 하나만 하기 싫어도 죽고 싶었다ㅋㅋ 방금도 무슨 생각하다가 왕왕 죽고 싶어 졌었다. 과거를 바꾸지 못하니까. 그냥 내가 죽으면 다 끝날 거 같아서. 그래서 그냥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결국 늘 그래 왔듯 다시 살아갈 거라는 걸.


가끔 생각한다. 인간은 왜 사는가? 와, 진짜 철학적이다. 근데 요즘은 안 한다. 내가 여러 번 이런 생각을 해서 내린 결론이 있다. 사람은 불행하면 저런 질문을 던진다. 왜 사는지, 인생의 답이 뭔지. 근데 행복하면, 그냥 산다. 음.. 정확히는 평화로워도 그냥 일단은 사는 거 같다. 나는 요즘 행복하거나 평화롭나 보다.


종종 사람들은 죽으려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주변 사람을,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그러지 말라고. 그럴 때 나는 생각했다. 아니, 가족들을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죽으려고 안 했지!




얼마 전 친구랑 깊은 대화를 하다가 친구가 죽고 싶다고 말했다. 아니! 잠깐, 이건 아닌데. 나를 생각해서라도 죽으면 안 돼. 터무니없이 이런 말이 나왔다. 나는 너가 진심으로 안 죽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 옆에서 우리 친구 하면서 오래 살길 바란다.


예전에 안녕하세요를 봤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거기서 사연자는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싶어 했다. 사연자는 죽고 싶다며 울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그녀가 겪은 상처를 알면서도, 이 세상이 얼마나 지옥 같을 수 있는 지 알면서도, 그녀가 힘내서 꼭 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삶은 분명 나를 나락으로 데려갈 수도 있는데, 나는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너도 계속 살아주면 좋겠다. 이 세상이 얼마나 엉망인지, 그 속에서 너와 나는 또 얼마나 엉망인지 알면서도, 나는 우리가 살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이 정말 싫은데, 미래가 두렵고, 내 인생은 이미 답이 없는 거 같고, 환멸 날 때가 많은데, 그래도 왜 이렇게 살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매일 세상을 저주하다가도 또 너와 나는 이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러는 와중에 꽤나 오랫동안 지켜봤던 sns 셀럽님이 아이를 가졌단다.


아! 이번엔 이 아이와 셀럽님이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 이 세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곳인지 아는데도 그냥 살아주면 좋겠다. 이 곳은 아이를 낳기엔 너무 험난한 곳이라고 혼자 되뇌었는데, 그 셀럽님의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 깊은 곳에서 축복의 감정이 올라왔다. 일렁일렁~


참 언행불일치스러운 생각이다. 삶은 뭘까. 아직도 모르겠다. 행복한 일보다는 힘든 일이 더 많다는 세상에서 뭘 기대하며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그것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여전히 삶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득 한 기억이 떠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가는 날이었다. 날은 맑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눈이 부시게 밝고 뚜렷한 초록의 나무들이 있었고, 그 사이를 평화롭게 지나쳤다.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데, 우리 엄마는 볼 수 없구나.


어떻게 보면 엄마가 있는 곳이 더 좋은 곳일 수도 있는데,

그냥..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학교 주변은 여름이 초록초록 좋다.


그래서 지금 삶이 아름다운 거라는 거냐?! 아니, 모르겠다. 하지만, 친구가 죽고 싶다며, 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게 묻는다면 결국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할 것 같다. 그래도 살아주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설명하는 '나'가 나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