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새내기 에디터입니다. 현재 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순간이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갓난아기처럼 이런저런 것들을 두루 만지고 느끼며 하나씩 배워가는 중입니다. 이 순간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애정을 담아 제 경험을 전합니다.
농사펀드는 지난여름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외주 프로젝트로 농사펀드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 저에게 농사펀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서비스였습니다. '농부를 믿고 농산물을 산다니...'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외주 프로젝트가 농사펀드의 모든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저는 농사펀드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볕이 뜨거운 여름 어느 날, 마지막 프로젝트를 위해 한 농가를 찾았습니다.
자연 순환 농업을 하며,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던 젊은 농부님. 아버님께서는 엄하지만 유머러스한 목조 건축가분이셨습니다. 남동생은 농부님을 놀리는 개구쟁이, 어머님은 더 먹으라며 밥 한 술을 덜어주시던 푸근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하던 업무는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워낙 가족분들이 유쾌하셔서 재미지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고, 농부님의 남동생 분께서 저에게 직접 담그신 맥주를 권하셨습니다. 당시 날이 워낙 더워서 마시는 순간 정신을 잃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에 몇 모금만 마시고 정중하게 사양을 했습니다. 그때 아버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거 기자 양반. 여기가 싫습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술을 많이 마시면 일에 지장을 줄 까봐요.'
'일하러 왔어요 여기? 얘기 듣고 싶다면서?'
'네 맞습니다.'
'그렇지. 근데 말이오. 얘기는 사람이 하는데...
그 사람이 친해지자고 먼저 손을 건너면 어쩔거요?'
정해진 질문에 미리 봐둔 정보를 공부해서 갔던 인터뷰.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목소리로도 알 수 있었던 정보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님을 찾아갔던 건, 농부님이 하고 싶었던 농사, 본인도 정의하지 못하는 철학을 직접 듣고 싶어서 였습니다. 어리석게도 짧은 시간동안 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농부님의 철학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맥주 몇 잔에 집에 돌아오는 길의 기억을 잃었지만, 어느 때보다 진실하게 농부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농사펀드는 농부님의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서비스입니다. 열매가 익으면 떨어지고 가장 싱싱할 때 음식을 먹는 것처럼,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것들을 농사펀드는 추구합니다. 오늘은 시기가 빨라 아직은 덜 익은 에디터가 쓴 글입니다. 먹기 좋은 때가 되길 기다리며 천천히 볕을 기다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4월 21일
좋은 가치를 올바른 방법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에디터 강규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