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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Mar 02. 2018

#42.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ㅣ 열매를 맺기 전 노랗게 핀 참외꽃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농사펀드는 서비스의 이름처럼 크라우드펀딩으로 작물을 수확하기 전 소비자가 농부에게 투자하고 농작물로 돌려받습니다. 그래서 짧게는 보름에서 한 달, 길게는 두세 달을 먼저 상품을 찾아 펀드를 기획합니다. 얼마 전 회의를 하며 “이제 슬슬 참외를 준비해야겠어요.”라는 얘기에 “벌써요? 아직 2월인데... 하하하” 하며 에디터들끼리 적정한 시기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2월에 참외를 팔다니 너무 이르긴 이르지?’라며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설 연휴 마트에 갔더니 벌써 매대에 참외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작년 수확량을 팔고 있는 건가 의심을 했다가 ‘햇참외’라고 붙은 가격표를 보고 더 의문스러워졌습니다. 비닐하우스 덕분에 제철 과일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지만, 2월에 참외라니. 얼마나 많은 날 동안 불을 때고 지펴 참외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과일과 채소는 나무나 포기에 매달려 햇빛을 충분히 받고 익어야 제맛을 낸다. 대량생산과 조기 출하로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자본주의는 작물에 마땅히 주어야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소농의 공부 중) 

사람도 태어나 자라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이기심으로 그 시간을 빼앗고, 부족한 영양과 맛은 비료와 보조제로 채워갑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보듬어주고 기다려주듯이 우리가 먹을 작물에도 시간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다려줘야 골고루 영양분을 갖고 제맛을 내는 열매를 맺겠지요. 아직 덜 자란 청소년에게 어른의 성숙함과 능력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농작물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농부의 손길을 받고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2018년 2월 20일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농부의 마음을 배워갑니다. 
이주영 에디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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