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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Mar 18. 2018

#8. 마음의 값어치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마음의 값어치


지난 주말, SNS에 농부님의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우박이 자두 열매에 흠집을 낸 것입니다. 나무의 달린 열매의 70%가 흠집이 났다는 말에 올해 수확량이 줄어들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졌습니다.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농부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농부님, 올리신 글 봤어요…”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에디터의 말에 농부님은 ‘괜찮다’라는 말을 먼저 하셨습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내가 문제없이 나갈 수 있게 한번 잘 해볼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농부님의 글을 보는 순간 ‘만약에 못 나갈 정도라면, 이미 1,000만 원 넘게 펀딩이 모집되었는데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먼저 했기 때문입니다. 

몇 주 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죽향 딸기 펀드 입니다.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로 인해 배송 상태가 좋지 않아 농부님과 협의하에 전액 환불조치를 결정했습니다. 농부님도, 농사펀드도 내년에 더 좋은 딸기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자고 애써 서로를 위로했지만, 마음이 편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메일을 작성하고, 투자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했을 때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농부님께서는 괜찮으세요?’ 
‘그러면 그 딸기들은 어떻게 해요? 못 파는 것 아녜요?’ 



속상한 감정이 앞서 농부님보다는 눈앞에 닥친 일을 걱정했던 에디터에게 농부님을 먼저 생각하는 투자자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쓴 것은 돈이 아니라 농부를 응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정작 농부의 마음을 전달하는 에디터는 그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투자자님, 감사합니다. 농사펀드를 통해 배움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했듯이, 투자자들을 통해 '책임'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철학을 지키며 농사짓는 농부님을 위해, 건강한 소비로 농부와 함께 걷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부단히 걷겠습니다.



2017년 5월 26일 
어제의 부끄러움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에디터 이진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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