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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Mar 22. 2018

#46. 박보검도 아닌데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성주에서 유기농 참외를 재배하고 계신 (미소가 아름다운) 이일웅 농부님.

 박보검도 아닌데


요즘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2’에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이 왔습니다. 
‘응답하라 1988’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연 박보검. 
흰 눈 보다 빛나는 미소를 띠며 그가 걸어오자 민박집 사람들은 하나둘 웃기 시작했습니다. 
이효리도 웃었습니다. 

몇 일 전 사업제안을 하는 자리에서 이 일을 하는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농협을 대체하기 위해”라는 모범답안이 생각났습니다. 스스로 소화하기 힘든 거대한 이야기들. 그런 것 말고. 

성주에서 유기농 참외 농사를 짓는 이일웅 농부님을 만났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선별하고 출하하는 중이었는데 바쁜 기척도 없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 웃음에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었습니다. 
박보검도 아닌데…. 

준비했던 모범답안을 버리고 “더 많은 농부들이 박보검처럼 웃었으면 좋겠다. 그 웃음을 보고 따라 웃고 싶다. 그게 내가 이 일을 하는 동기다.” 라고 답했습니다. 심사위원 몇 분은 피식 웃었고, 몇 분은 ‘쟨 뭐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실없는 말처럼 들렸겠지만, 농사펀드는 매일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농부들이 박보검처럼 걱정 없이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결코 가벼운 일도 아니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합니다. 



2018년 3월 22일 

농사펀드에서 '박보검 같은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박종범 에디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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