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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사펀드 Mar 28. 2018

#9. 한강의 녹조가 정력에 좋다고 합니다.

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쓰다'

한강의 녹조가 정력에 좋다고 합니다.


요즘 콘텐츠를 쓸 때마다 저를 괴롭히는 것이 있습니다. 농사펀드 에디터가 글을 쓸 때는 상품의 품종, 농법, 특징에 대해 공부하고, 농부가 한 이야기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해당 상품이 일반 시장에서 어떤 키워드로 알려져 있는지 알아봅니다. 이 과정에서 매번 나타나는 단어가 있습니다. 

효능


물론 약성이 강하거나 독특한 성분이 있는 먹거리에 대해서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음식을 약이나 영양제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TV 프로그램에 '무엇이 어디에 좋더라'는 말이 나오면, 그 먹거리는 순식간에 없어서 못 먹는 지경이 됩니다. 이대로라면 녹조가 정력에 좋다고 하면 한강 녹조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찾는 것을 파는 시장의 논리는 변하지 않기에, 농부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을 농사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올해 이 품목이 얼마나 생산될지, 얼마나 팔릴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새 사그라든 유행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가고 농부는 결국 손해 보게 됩니다.

아무리 블루베리와 토마토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다 할지라도, 아무리 소금에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약이기 이전에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감사한 먹거리입니다. 굳이 성분과 효능, 효과를 찾지 않더라도 내가 골고루 먹은 건강한 음식들은 몸에 들어가 상호작용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확히 어느 곳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갈등합니다. 효능을 언급해서 한 번 더 관심 가지게 할 것인지, 농부의 생각을 담아서 공감을 끌어낼 것인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농사펀드는 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합니다. 

효능보다는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길렀는지, 먼저 관심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고유의 맛과 향이 주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땅, 바다, 햇빛, 물, 바람, 그리고 농부를 포함한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공감해주시는 농사펀드의 투자자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7년 6월 2일

점점 흰머리가 늘어가는 장시내 에디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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