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학교가 이상해

부제:합격 합격 합격!!

by Root Scent

어느 날과 같은 날이었다.


아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장을 보고 여러 번 시험을 보느라 망가진 방광과 허리를 치료하러 병원에 들르던 어느 날이었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고, 버스 카드 결제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 장까지 보고 가는 길이라 손이 없어 받을 수가 없었다. '스팸이겠지..'하고 아이 하원하고 줄 빵을 사러 버스에 내려 정거장 앞 빵집으로 들어갔다. 카스텔라에 우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계산대 앞에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지갑을 열던 찰나에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00님. 축하드립니다. 지원대학에 합격하셨습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유학원이었다.


믿지 않았다.

"슨생님. 다른 학생들이랑 착각하신 것 같아요. 저 아닌 것 같아요.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다시 문자가 왔다.

"어머니. 믿기 힘드신 것 같아 사이트 캡처본 메일 드렸습니다.

확인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믿지 않았다.


버스가 오늘따라 늦게 오는 것 같아 식은땀이 흘렀다. 배가 살살 아팠다. 민감성 대장증후군이 하필 이때 발발하려고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택시를 잡았다. 손에 식은땀이 흘렀고 장바구니를 맞잡은 손이 하얗게 질렸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우당탕탕 노트북을 켰다.


정말 합격 통지서였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합격을 해 버린 것이었다.

내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학교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를 합격시키지? 도전하는 나도 정신이 없었지만 학교는 더 돌아버린 것 같았다. 나의 자존감이 이미 땅에 패대기를 치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돌아갈 곳은 없다고 하며 준비를 했지만 내내 올라가지 않는 시험 점수에 다리가 풀렸고, 지원동기를 쓸 때에는 솔직하지 않았다. 교수님 추천서를 준비할 때에는 얼굴을 들 수가 없어 눈은 허공을 맴돌았던 기억이 났다. 온몸은 종합병원에 살은 더 이상 빠질 수 없게 빠져버린 그런 내가 합격을 했다고?


직접 사이트를 가봐도 합격. 전화해봐도 합격. 길을 걸어가도 합격이었다.

사람이 참 간사했다. 합격하는 게 이상하다더니 단박에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 내어 펑펑 울고 있자니 이게 무슨 어른이고 이게 무슨 어미인가 싶어 터벅터벅 걸어 아이 유치원으로 향했다. 동네 작은 마트에서 요플레를 샀다. 공부를 시작하고 한 번도 먼저 데려가 본 적 없는 아이였던 터라, 내 얼굴을 보고 작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리고 아이 선생님에게 설레발 아닌 설레발을 던지고 유유히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


"선생님. 00이 다음 학기는 다니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오늘 겨우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나는 아주 그냥, 이미 미국에 도착해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버스 안에서 요플레 뚜껑을 얕고 있는 아이가 걱정되는 듯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나 이제 유치원 못 다녀? 집에 돈이 업쪄?"


나는 그제야 제대로 웃을 수 있었다.


합격이고 자시고 엄마가 데리러 와서 기쁜 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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