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신념이 부서지는 불편한 과정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이 다가온다면, 그 행복의 양이 넘치더라도 받아들인다. 현대의 모든 이들은 행복한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항상 많은 걸 바라고 비교까지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얻고자 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주인공은 행복해 보인다. 이미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더 행복하게 된다. 그렇기에 행복이 덧셈이라는 주인공의 대사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
후반부 아내에게 외도의 사실을 고백한 이후에도 주인공은 행복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걸 안다는 듯이 사랑이 행복이 된다면 괜찮다고 말한다. 오히려 외도로 인한 남편의 행복한 모습이 아내에겐 오히려 행복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존에도 사랑이 넘쳐 보이는 가족이지만 주인공은 더 큰 사랑을 얻어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랑을 감당하기엔 불가능했다. 팔이 늘어나고, 사과나무가 늘어난다면 기존의 것엔 무신경해지는 게 당연하다. 행복이 더해지는 대가로 관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그걸 말하고자 했는지 감독은 아내를 죽인다.
사실 영화에서 누군가가 죽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처음엔 다소 불쾌하게 느껴졌다. 죽는다고 해서 주제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죽고 난 뒤의 엔딩 장면은 가히 예술적이었으며 죽음에 대한 의도를 완벽하게 풀어냈다.
그 후반의 음악은 초반부분과 같은 음악이지만 기괴하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어딘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가장 비슷한 표현을 찾자면 어색한 느낌이 컸다.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땐 노래가 너무 신나고 주인공 가족이 행복해 보여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선 비슷한 느낌, 비슷한 음악임에도 웃음이 나올 순 없었다.
그런 감정들은 초반에 숲으로 다가오는 가족과 겹쳐 보이는 숲을 떠나는 모습으로 증폭되었다. 음악과 장면의 연속과 그에 대한 수미상관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 같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던, 화면 전환과 함께 일어나는 형형색색의 색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재밌는 방식으로 나타내준 것 같다. 영화가 끝날 때도 그 화면이 나오는데 이도 영화의 포텐은 쭉 유지된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