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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Feb 29. 2020

이제 이렇게 글을 쓰기로 합니다.

우행시 대신 우글시가 되면 좋겠다.

 꾸준히 쓴다더니, 또 n개월이 흐르고 또 n주가 지났습니다.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서 to do list 제일 마지막 칸을 차지하고 있지만. 결국 오늘 하루를 글쓰는 것 빼고 해냅니다.

왜 이렇게 쓰는 건 어려울까요? 

 생각이 정리되면 그걸 술술 옮겨 쓰면 되는 거였는데, 스스로 논리를 세우지 못해서 그런 걸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습관을 들이면 되는 건데, 습관이 들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핑계를 돌고 돌아서 결국 쓰지 않는 날들이 늘어났고 안 쓴 날이 누적되면서 마음은 더 무거워지기만 했어요.

 그래서 기어코 글을 하나 올리고 간 날도 누가 내 글을 봐줬을까, 호응은 있었을까 기대하면서도 '에이, 너무 늦게 올렸잖아. 약속을 지키지 않았잖아.'라고 혼자 모질게 브런치를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기대치에 비해 낮은 나의 행동을 나무랐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글을 써도 행복한 순간보다 마감했다는 잠깐의 해방감 이후에 기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글쓰기 경험은 계속 책임과 짐으로 남고 완수한 이후에도 행복감을 일부러 못 느끼게 설계했죠.


 이런 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최근 3년,
저는 조금씩 오래 뭔가를 지속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그냥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과 일부러 시간을 내는 것.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한걸음을 떼어보는 것이었어요. 머릿속에서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는 그 어떤 것도 쓰이지 않습니다. 유튜브 홈트 영상을 보고서 '오, 나도 해봐야지.'라고 나중에 볼 동영상으로 저장해놓는 것은 오직 손만 움직이지  몸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저는 무척 나약합니다. 에너지를 분산시켜서 효율적으로 잘 쓰는 방법에 능하지 않고요. 이렇게도 작은 제가 주변에 친구들, 크루와 만나면 더 잘해보려고 안감힘을 쓰더라고요. 이 공동체가 소중해서 그리고 이들과 만들어가는 무언가가 신이나서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고, 그리고 이 사람들 사이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마음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6시에 일어나는 일도, 100일 동안 매일 책을 읽는 일도, 내 마음을 비추는 일도 시간을 내어 일상 속에 들여올 수 있더라고요. 개인으로 사는 방법은 아직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역할을 갖는 것, 그리고 친구 동료와 함께 어떤 작은 성취를 만드는 기쁨을 조금은 알아요.


 아예 모르겠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일보다 조금 알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 손에 잡히고 어떻게 하면 될지 보이는 이 방법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저는 '다시'라는 단어가 그렇게 부드러워요 다시 하고 싶어하는 마음.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용서받고 다시 힘을 얻고 다시 깨졌던 관계는 복원되고. 어쨌든 '다시'라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 안에 이미 있는 새로 출발하는 능력요 <깨끗한 존경, 이슬아&정혜윤>


 다시라는 말속에 담긴 그 어느 용기를 가져요. 그리고 조금씩 움직여봅니다.

 그리고 이 다짐과 함께 친구와 어떻게 글을 함께 쓰는지 방법을 고민했는데요.

 우리의 같이 글쓰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즐거움이 목적인 '놀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규칙'일 수 있으니까요.



<우글시 : 우리의 글쓰는 시간 이용 안내문> 


1.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노트를 씁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2. 일주일에 2회, 최소 3시간 이상 함께  뭔가를 골몰하고 씁니다.

3. 쓰고 난 후에는 서로의 글을 읽습니다. 

     : 누군가의 첫 독자가 된다는 건 무척 기분좋은 일입니다. 

       내 친구에게도 내 글이 꽤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란다면 더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4. 피드백은 질문형이 좋겠습니다. 단상, 글감, 완성한 글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읽으며 단락 간 의미가 궁금하면 물어봐도 좋습니다. 비판은 긍정하지만 날카로운 언어는 지양합니다.

5. 합평 후에는 소감과 함께 그날의 시간을 회고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라고 할까요?)

6. 하나의 글을 맺고 나서는 같이 맛있는 걸 먹습니다.

    : 내 글의 첫번째 독자는 나이고, 두번째 독자는 내 친구일 테니까 우리는 서로 글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같이 써나갈 글이 창작하는 순간은 어렵고 괴로울지라도 완성해두고 나면 뿌듯함으로, 벅참으로 자랑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7. 주말에 진행하는 일정은 1시간 추가 시간을 배정하여 퇴고하고 글을 매듭짓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단어로 옮기는 건 오롯이 한 사람만의 몫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 골머리를 앓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서로 듣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오 그래? 나 이런 자료를 봤는데. 네가 얘기해준 이런 부분이랑 맥락이 닿아있는 것 같아. 등의 정성을 들인 피드백까지도요. 

 그렇게 내가 가진 해석의 레이더망을 촘촘하게 연결해 초고를 읽습니다. 친구가 만들고 싶었던 활자의 세계에 귀기울이는 시간, 10분. 사각사각 나의 언어로 친구의 세상을 다시 읽는 시간 10분. 서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대화를 마치고 나면 내 글은 문맥 간 메시지는 분명해지고, 논리의 비약은 줄어들어요. 더 풍성하고 튼튼한 글을 연재할 수 있겠습니다.


 아, 그래서 저는 오늘 글을 쓴 걸 자랑하고 싶습니다.

 자랑이에요. 온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어요! 이 아무 말들 모두 말이에요.





글과 사진은 모두 채소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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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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