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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Dec 14. 2019

'사랑' 하고 불러주세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괜히 쑥스러워서 말 붙여보지 못한 나예요

'사랑'하고 불러주세요.

나도 나를 사랑해볼게요.






마음껏 사랑하고, 누군가가 사랑을 표현했을 때도 기쁘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 머나먼 이야기-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어색한 몸짓이 돼요.-) 주변에서 속절없이 고마운 사랑을 받고 있어서 저도 더 잘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음 저는요.

바람에 나뭇잎이 스스 움직이는 순간, 

볕과 그림자가 그림 그리는 장면, 

구름 움직이는 꼬리 같은 걸 포착할 때 신나고요. 


산책하거나 양 손을 자유롭게 쫙 펴서 걸을 때, 

한강 주변을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 자유롭다고 느낍니다. 

같이 뭘 꼬물꼬물 만들고, 그게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기여할 때 큰 성취감을 얻어요.




저는 이런 걸 알아채고 누리려는 시도들을 해왔어요. 그래서 저를 어느 정도 알고 생각했는데요. 아직 친해져야 할 내가 정말 많더라고요. 앞의 예는 대부분 외부적인 자극, 반응에 대한 것이에요. 내 안으로 축적되어온 나와 차근차근 얘기할 게 많네요. 아주, 아주. 코 위에 집 짓는 방법-명상- 덕분에 나와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살피고 있어요. 나를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 거기서 자연스럽게 오는 사랑 같은 것도요.



사소한 나지만 조금이나마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이런 거예요. 작은 나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는 채로 쓴 이야기라고 자랑스레 적어두었으면서도 뭔가 괜스레, 그래도 어느 수준은 되어야 할 것 같고, 완성도 면에서나 기여도 면에서나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그게 단번에, 순식간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거든요? 근데도 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어떤 하루를 꿈꾸네요. 우왕좌왕하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만이 나를 지킨다는 것도 아는데, 아는 거랑 내 몸을 직접 움직인다는 건 또 다른 거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한 편의 활자를 공개하고 갈 거예요.


얼마 전에 알게 된 건 제가 '스트레스 개복치'와 함께 살고 있다는 거예요. 외부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으면 완충작용 없이 팡 맞아왔고, 또 펑 터지는 게 무서워서 숨어버리는 얘랍니당. 지금까지 비슷한 루트로 문제를 해결해왔는데 파악하고 인정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앞으로 발견하고 겪어낼 내가 또 얼마나 될지 예상은 안 가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세상을 한쪽 면으로만 살아오다가 다른 한쪽 면이 새롭게 열린 느낌이에요.  개복치 같은 나를 알아채고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해볼 거고요! 이렇게 솔직해지는 것이 아직 어렵고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었던 밑줄에 기대어 누군가 내 이야기 속에서 한 번쯤 웅크려있던 마음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짓고 있습니다. 히히


사회 속 나의 역할과 일, 나와 나 사이의 태도에서 비틀비틀거리더라도 조금씩 균형을 찾아볼게요.





글과 사진은 모두 채소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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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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