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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Mar 13. 2020

서랍에 글은 쌓여만 가고

그래요. 서툽니다.

맺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하나였는데, 두개가 되고 아이데이션이라고는 몇 개를 씁니다.

이후에도 글쓰기로 만나서 쓰고 그다음엔 완성하지 못하겠어서 다음 주제를 꺼내면서 하나 더 씁니다.


쓰긴 썼는데, 쓴걸까요?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잘 모르겠어요.

느슨하게 써도 될까요?

그러면 글을 하나 더 발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채소에게 최소한의 기준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자꾸 맺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 책부터 시작해서 시의성과 누구에게나 닿을 듯한 아티클, 그리고 감정선을 잘 짚어내는 천재글쓴이들을 만납니다. 한바닥을 명확한 주제로 끝까지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아 읽고 싶고 결국 쓰고 싶은데 나는 왜 이렇게도 이야기가 어려울까.

나는 왜 이렇게도 느슨할까. 삼천포에 너무 자주 빠집니다. 삼천포도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결국 삼천포로 빠졌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빠진채로 어디론가 헤엄쳐봤습니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다시 나 자신의 왜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나는 뭘 들여다보고 싶은 걸까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할텐데, 나는 어떤 걸 보고 들었나요?

결국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뱅뱅 돌다가 다시 겨우 멈췄습니다.

자기만의 방을 필요로하고 괴로워하며 글을 마지막까지 쓴 모든 사람이 대단합니다. 나는 그렇지 못해서 조금은-가끔은 아주 많이- 울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라도 괜찮다면 지금 뭐라도 쓰고 있기는 하네요.

김중혁 작가의 뭐라도 되겠지 책을 떠올립니다. 뭐라도 되겠죠, 오늘의 채소는 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복잡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애쓰지만 끝내 갈피를 못잡았습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했지만 이 고독한 쓰기의 시간과 아직 친해지지 못했구나. 싶은걸요. 자책하고 어떤 문장도 쓰지 못했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래도 시작합니다. 추상적이고 공허해서 닿지 않는 말이라도 일단 써봅니다. 그리고 보면 되니까요. 보고나면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 내가 담기지 않았구나.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했구나 하고요.

당신도 쓰고 있나요? 서랍 속에 잔잔히 뭔가가 쌓이고 있나요?

저는 먼지같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그 먼지도 쌓이면 꽤 뿌옇더라고요.

저는 내게 쌓인 1g의 뭐라도 있는 게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오늘의 나를 꺼내볼 수 있고, 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또 쓰고 있음에 자랑스러워하기도 하는 마음을 활자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그래도 써요. 이야기해요. 나를 봐요.







글과 사진은 모두 채소의 창작물입니다.
협업 및 제안은 메일을 통해 전해주세요.
고맙습니다.
ⓒ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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