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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Nov 25. 2019

안전하게 연결되고, 묵직하게 사유하는 방

#청년인생설계학교 : 연결과 사유의 방

각 개인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듯이, 

함께 질문하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연결과 사유의 방’이 절실하다.

청년인생설계학교 연결과 사유의 방 리뷰




우린 이 따듯한 방에서 안전하게 연결되고, 생각을 덧붙여가며 사유해요.


왜 연결과 사유의 방이 좋을까. 무슨 이유에서 지옥철을 뚫고 오는 순간까지도 설레는 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당신과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다. 샘이 날 법도 한데, 과분하게도 함께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움이 컸다. 누군가와의 관계는 판단하고 평가하면서 거리를 재는데 에너지를 많이 쓴다. 그래야만 했던 관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연사방은 그런 어려움보다 편안한 마음이 먼저 들게 되었을까.

내 단상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은유 작가님의 다가오는 말들 83쪽을 인용한다.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언제나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만이 오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하지만 공간이 만드는 분위기와 진심 어린 관찰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놓도록 만든다고. 은유 작가님의 문장은 최소한 나에게 적확했다. 연결과 사유의 방에서는 매 시간, 좋은 사람이 되었다. 이 안전하고 다정하지만 뜨끈한 관찰로 밀도가 참 촘촘한 방에서.

알고 보니 태생부터 공간이 따뜻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뭔지는 모르지만 원래 여기는 따뜻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와 디테일이 숨어있다는 걸 늦게 알았다.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고, 설계했던 혜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다움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다운 공간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나답다, 자기다움은 무엇인지 내가 명치를 세게 얻어맞았던 그날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나다움을 이야기할 때 놀랐던 것은 2가지. 나는 자기답다는 게 도대체 뭔지, 이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인 단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지 몰랐다. 나의 현재 상태에 집중해서 나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주제에 몰입해있는지 정도를 발견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곤 모르겠다는 단어로 나다움을 일축했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였고, 나를 돌아볼 여유 없이 또 다른 일들이 나를 찾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름은 나다움을 “나에게 행복감을 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반복될 때 나다움”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자신다워질 수 있는 지점을 공유했다. 나다움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의 태도였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찾고 있었던 게 ‘나다운’ 것이겠구나, 깨달은 순간이었다. 더불어 여름이 공유해준 생각의 고리, 면밀하고 부드러운 포착은 아직도 매력적으로 남아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아, 오늘 많이 의미있다. 내 걸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다운 상태를 인식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보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난 어떤 곳이 편한지, 그 장소는 왜 편했는지, 무슨 요소 덕분에 내가 이런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찾는다고. 그래서 자신이 가는 자리, 만드는 공간을 나다워질 수 있도록 가꾸려 한다는 단정한 문장을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행사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자리에는 그런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었던 덕분이다.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스미는 비의 질감,
마음껏 노는 자유로움,
비 온 뒤 더 단단해진 마음


 연결과 사유의 방 길잡이, 혜민이 구성해준 자리는 비가 오고 무지개가 뜨는 시간 같다. 물장구를 칠 수 있을 만큼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함께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있어서 아쉽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밤샐 것 같은걸요,” 하는 혜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정시에 끝나는 건 내가 슬프다고 얘기할 정도였는데 얼마나 돈독했는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조금은 감이 잡힐까.

 그렇게 신나게 얘기하고, 메모하다 보면 각자 머리 위에 무지개가 하나씩 뜬다. 아마 각기 조금씩 다르겠지만 뭔가 꼭 집에 가서 더 생각해봐야 할 거리들이 있는 듯했다.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공간민들레가 자리한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항상 싱그러웠다. 왠지 별도 잘 보이는 것 같고, 세상이 좀 더 예뻐 보였다. 아 아무래도 다음 학기도 연결과 사유의 방 청강해야 할까 봐,- 혜민의 적재적소에 들어오는 재치있는 유머, 온기로 가득한 공간이 좋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질, 결을 지키면서 세상과 함께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크는 게 사회도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나도 행복하다. 삶도 있고 나도 있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숨에 써 내려가기 어려운 생각에 생각이 물고 이어지는 이런 잡다한 생각을 했다. 연결과 사유의 방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 나 혼자서 일이 뭔가요? 나다움이 뭔가요?를 물었다면 분명 못 찾았을 단서들이다. 

이 연사 나만의 단서를 찾아 오늘도 헤맵니다.


 나는 이제 조금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각 개인에게 ‘자기만의 방’이 꼭 필요하듯이, 함께 질문하고 충분히 이야기해볼 수 있는 ‘연결과 사유의 방’이 절실하다고. 아날로그가 좋고, 느리고 분위기를 사랑하는 나라는 사람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나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느끼고 요구되는 게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린 참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면서 산다. 그리고 사회는 생애주기에 따라서 미션을 준다. 뭘 해야 하고, 어떤 건 필수조건이고, 이수해야 하고, 졸업해야 하고. 그렇게 사회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특정한 영역에 쏟도록 요구하고 설계해두었는데 그게 내 선택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내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것인 만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는 이제 각자의 생각을 또렷하게 남기고, 질문을 더해주는 이 오롯한 연결과 사유의 방을 애정한다. 많이 많이 아낀다. 혼자라면 결코 찾을 수 없었던 질문을 받았고, 오래도록 몸으로 체득할 배움도 많았다. 연결과 사유의 방에서 찾은 단서들로 올해를 살아볼 것이다. 내 삶에서 일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자기만의 방으로 돌아온 나는 많이 얻어온 단상 꾸러미, 사유 단지를 차곡차곡 내 서재에 쌓아볼 것이다. 그러다 지치고, 생각이 안 나면 또 이야기해야지. 질문을 던지고 받아야지. 연결과 사유의 방을 들어갔다 온 나는 이전과는 또 다른 내가 되었다. 혼자도 또 함께도 헤맬 수 있을 것만 같다. 





글과 사진은 모두 채소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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