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베프이자 껌딱지인 23개월짜리 딸과 이불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뒹굴뒹굴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내 눈, 코, 입을 천천히 더듬으며 만진다.
이윽고 빤히 내 눈을 응시하더니
"예뻐"
하고 말했다.
왜 이런 말이 너한테서 튀어나와?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런데 순간,
"사랑해"
하고 내 목덜미를 끌어 안으며 자기 볼을 부비대는게 아닌가.
정말 심쿵했다.
공유 강동원 송중기가 고백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강렬하고 행복했다.
KT가 2019년에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에게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건넨 말이 뭔지 분석했다고 한다.
그 말은 다름 아닌
"사랑해"였다.
그 다음으로 많이 건넨 말이
"안녕? 뭐해? 고마워. 미안해"
이런 감정을 나누는 대화들이었단다.
차가운 기계한테 조차도 마음을 터놓고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게 사람인가 보다.
호흡하고 교감하고 소통하는것.
인간이 인간다운 그 순간의 희열이다.
그런데 점점 이게 간절히 닿을 수 없는 꿈이 되다니.
나는 왜 심쿵했을까?
그리고 왜 경이로울 정도로 뭉클했을까?
아직은 겨우 강아지 수준의 의사표현을 하는 23개월짜리 아가에게서 감히 저런 고차원적인 말을 들을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 서로가 인간이고
사랑이라는 그 진심이 교감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순간 완전히 소통했다.
꼼지락 뒹굴뒹굴 하면서.. .
말의 꿈은 소통입니다.
소통의 꿈은 무엇인가.
소통은 이 세계를 더 나은 세계로 만들려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이죠.
말은 세계를 개조할 수 가 있습니다.
(중략)
말로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 다음은 무기의 세계 입니다.
-김훈 <말과 사물>
말의 세계가 무너지면 어디로 가는가, 무기의 세계로 간다.
무기의 세계로 점점 향하는 이 시대, 우리 사회.
무기의 세계로 향하는 우리를 붙들 수 있는것은 여전히 '말'이다.
나는 여기에는 '글'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글도 결국은 '마음'을 잘 쓴다는 것이니..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마음'을 잘 풀어 썼다는 것이니.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서로 통할때 무기의 세계는 무너질 것이다.
말의 세계 안에 '소통의 힘'이 내장되어 있기에
여전히 우리는 말과 글이 세계를 바꿀 것이라는 그 기대와 소망을 버릴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