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 한바퀴, 조계산과 송광사

by 김좌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의 고향, 순천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둘러보는 것이다. 도시 속 그린 카펫, 순천만정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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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에 맞서 냉풍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회색 빌딩 숲에선 몸도, 마음도 마치 커다란 돌덩이가 내리누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에 젖은 솜옷을 입은 듯한 그런 날이면, 초록색이 너무나도 간절해진다. 순천으로 향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순천만 국가정원은 마치 초록색 카펫을 넓게 펼쳐 놓은 모습이다.


92ha 면적에 56가지의 주제로 꾸며진 정원은 수백 가지의 꽃과 나무가 가는 곳마다 반긴다.


지금부터 10년 전,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찾았을 때와 견줘 올해 10월 말까지 열리는 박람회는 더욱 풍성해졌다.


20230803_135202.heic 동문 매표소 출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호수 정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펼쳐진 호수 정원은 물 위에 정원이 떠 있어 마치 다도해를 연상케 한다. 호수 정원 옆 위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니 뜨거운 날씨에도 바람이 시원하다.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가 상쾌하다 못해 달콤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하는 총천연색 꽃과 나무 그리고 파란색 하늘이 예술 작품 같다.

나무와 바위가 특별히 조화를 이루는 중국정원, 베르사유 궁전에서 모티브를 딴 프랑스 정원, 인공미 대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독일 정원, 남미의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멕시코 정원과 풍차와 나막신이 동화를 연상케 하는 네덜란드 정원, 쨍하면서도 아방가르드한 의자와 강렬한 파란색 타일이 조화를 이루는 튀르키예 정원, 이국적인 태국 정원 등 국제정원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정원이 반긴다.


20230803_134516.heic 하늘 위로 쭉쭉뻗은 메타세쿼이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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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_141831.heic 동천 건너편
20230803_142623.heic 한방체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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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_144024.heic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선베드
20230803_145331.heic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독일 정원
20230803_145702.heic 강렬한 색상이 눈에 띄는 멕시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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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_150644.heic 풍차가 상징인 네덜란드 정원
20230803_154942.heic 이탈리아 정원 입구


걷다 지치면 박람회장 중간중간 놓인 선베드에 누워 잔잔한 음악 소리 들으며 지나가는 바람을 느껴도 좋다. 개울길이 있어 신발을 벗고 잠깐이나마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 곳곳에는 맨발로 폭신한 잔디를 밟아 거니는 어싱 길이 있으니, 정원을 걸으며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쉬어보자.


날은 덥고, 넓은 정원을 구석구석 걸을 일이 걱정이라면 잠시 접어두자. 박람회장 안에는 정원관람차가 수시로 다니기 때문이다. 관람차 타고 바람 맞으며 여유롭게 박람회장을 즐길 수 있다. 개장 시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갯벌공연장 옆과 가든밥상 앞 관람차 매표소에서 탑승하면 2.5㎞ 구간을 25분간 이동한다. 요금은 성인, 청소년, 어린이, 만 65세 이상 노인까지 1인에 4,000원이다.


20230803_151525.heic 중간중간 쉬어 갈 수 있는 선베드. 마침 관람차가 옆을 지난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정원드림호’를 타보는 것도 추천한다. 국가정원 내 호수 정원에서 동천 테라스까지 편도 2.5㎞를 다니는 이 배는 걷기나 관람차를 타는 것과 다른 국가정원의 이색적인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이동 수단이다.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운행하니 정원드림호를 타고 호수를 가르며 야간 경관을 감상해도 좋겠다.


2023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이 열리는 순천만 국가정원은 평탄한 길에 꽃과 나무, 호수와 천변, 개울까지 모든 자연을 품어 도보 여행자에게는 풍성한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선물과 같은 곳이다.


순천의 또 다른 볼거리 조계산 그리고 송광사

남도의 끝자락,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를 낳은 곳 순천은 능선의 곡선이 부드러우면서도 기백 있어 보이는 조계산과 법정 스님이 머물던 송광사, 신라말 도선 선사가 중창했다는 선암사, 조선시대 대표적 계획도시면서 600년 역사를 간직한 낙안읍성을 품은 도시다.


조계산의 이맘때 모습은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른 메타세쿼이아와 가지가 뻗어나간 모습이 자유로운 영혼을 연상케 하는 금강송으로 온통 푸르고 또 푸르다. 풍성한 여름 숲은 여행자에게 초록의 기운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20230804_124823.heic 송광사로 향하는 길 옆 계곡. 시원한 물 소리에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이 씻겨내려가는 듯하다.


송광사로 이어지는 숲길에 들어선다. 숲길 옆으로 난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다. 바위를 흘러 타고 내려가는 물길을 보아하니, 망망대해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숲길을 걸으며 숲이 뿜어내는 내음이 절로 느껴진다. 꽃과 나무가 내는 상쾌한 향기에 두통이 사라진다.


20230804_114453.heic 송광사 뒤로 조계산 자락이 보인다.


송광사에 거의 다다르자, 메타세쿼이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쭉쭉 뻗어 있다. 메타세쿼이아 군락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니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한낱 자연 앞에선 무척 작은 존재로 느껴진다.


20230804_124442.heic 메타세쿼이아숲


송광사에 이르렀다. 사천왕과 가장 먼저 인사 나누고는 돌계단과 만났다. 돌계단에서 올려다보니 산 지형을 활용해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요사채들이 보인다. 이 요사채들을 조계산이 넓은 품 안에 보드랍게 감싸 안았다.


왼쪽 산기슭 선방에서 내려오는 스님과 합장 인사 나누고, 대웅보전, 승보전, 관음전을 한 바퀴 돌았다.

20230804_125313.heic 조계산이 송광사를 살포시 품은 모습이다. 위 요사채는 대웅보전.
20230804_125702.heic 한국을 대표하는 승보사찰답게 다른 사찰에선 잘 볼 수 없는 '승보전'이 있다.
20230804_130034.heic 조계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관음전. 앞마당 정원을 예쁘게 꾸며 놓았다.

송광사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선종의 본거지로 삼은 곳으로, 16명의 국사를 배출해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사찰로 유명해졌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길로 유명한 불일암이 송광사에서 왕복 1시간 30여 분 거리 조계산 깊은 곳에 있다고 한다. 불일암은 다음을 기약하고 여장을 챙겨 오던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20230804_124020.heic 물 소리, 폭포 소리에 달뜬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다.


전라남도 지자체 대부분이 개발과는 거리가 먼 덕분인지 특히 순천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국제기구 유네스코가 선정해 보호하는 지역이다. 2018년부터 지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순천이 누군가에게는 보전해야 하는 가치의 대상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치유와 휴식의 장소이기도 하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순천이 간직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자연이 수려해서 볼거리가 많은 순천에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와서 보고 가면 좋겠어. 순천만 습지도, 송광사도, 선암사도 다 둘러보고 가요잉~” 라며 웃장에서 만난 슈퍼마켓 주인 할아버지의 말씀이 귓전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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