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반대일세!
어느 날 로라(딸)가 유치원에 다녀오더니 집에 와서 발이 달린 상어 그림을 그렸다. 춤추는 발레리노 컵과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통나무 같은 것도 그렸다. 나는 이미 트랄라레오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인지 그 그림을 보고 이건 로라가 뭔가를 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랄라레오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아서 뭘 본 것인지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가 솔직하게 대답하길 바라는 마음에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며 최대한 밝게 로라에게 물어보았다.
“로라야, 이건 무슨 그림이야?”
“응, 이건 트랄라레오 트랄라라야.”
“그래? 혹시 이건 어디서 본 거야?”
로라에게는 숨기려고 했는데 나의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전달되었나 보다. 로라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니, 안 봤어! 이거 그냥 진우 오빠가 알려줬어!”
진우 오빠는 로라랑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한 살 많은 오빠다. 로라네 유치원은 방과 후 시간에 6살, 7살 아이들이 합반을 해서 만나는데 진우는 장난꾸러기로 유명한 아이다. 그런데 말로만 들었다기에는 로라가 그린 그림이 너무 자세하다.
“아, 그렇구나!” 하며 일단은 상황을 넘기고 검색창에 검색을 시작한다. 사실 트랄라레오의 존재만 알지 자세히는 잘 모른다. 잘 모르면서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다. 트랄라레오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그 뒤에 나오는 폭격기 악어와 거위, 묘하게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는 갈색 몽둥이, 칼을 들고 있는 카푸치노 커피컵 등은 큰 거부감이 들었다. 우스꽝스러운 이름은 큰 뜻이 없다고 한다. (일부 신성모독을 하는 내용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확한 내용은 찾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건 안 된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다른 생각도 동시에 떠오른다. 다른 아이들은 다 알고 그냥 별생각 없이 즐기는데 내가 로라에게만 너무 과한 제한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에서 진우 오빠에게 들었다는 것을 보니 친구들은 다 아는 것 같은데, 아이가 내가 없는 곳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즐기면서도 엄마가 안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키즈카페에서 로라 또래 남자아이가 트랄라레오 티셔츠를 입은 것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토리씨(남편)랑 아무래도 상의를 해봐야겠다.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말을 꺼냈다.
“여보, 오늘 로라가 트랄라레오라는 걸 그렸는데 좀 모양이 괴상하고, 막~ 그 트랄라레오 친구들이 폭격기도 있고 그래. 여보도 한번 찾아봐!”
내 이야기를 듣더니 토리씨가 검색창에 여러 가지를 검색해 본다. 그러더니 토리씨의 눈이 반짝인다.
“이거 웃기다!”
그러더니 또 이것저것 검색을 시작한다. 그러고는 이탈리안브레인봇 피규어 세트를 찾아 보여준다.
“로라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이거 사주자.”
허… 허… 허… 이거 내가 너무 과하게 보수적인 것인가? 걱정스러워 말을 꺼낸 나에게 토리씨는 트랄라레오 친구들 피규어 세트를 보여준다.
토리씨의 가벼운 태도에 내 걱정을 이야기해 본다.
“여보, 나는 이 장난감을 사주면 아이가 폭격기 같은 걸 가지고 놀게 되잖아! 이건 사람을 다치게 하는 무기인데, 무기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게 걱정이 돼. 로라가 상상력이 풍부하니까 이 장난감들을 사주는 게 맞을까 싶어. 그런데 아이들에게 잠시 지나가는 유행인데 내가 민감하게 반응해서 로라가 좋아하면서도 우리한테 표현을 못 하거나 죄책감을 가질까 봐 걱정도 되고~”
내 이야기를 들은 토리씨는 전혀 내 걱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냥 좋아하니까 사주자.”
토리씨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것은 한 가지! 내가 과도하게 심각한 것인지 다시 되돌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지 말고 기다려 봐.”
토리씨에게 피규어를 사지 말라고 하고, 조금 더 고민해 본 후 이야기한다.
“그럼 이건 어때? 로라에게 솔직하게 걱정을 말해주는 거야. 엄마는 트랄라레오는 재미있지만 무기가 있는 친구들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니까 걱정된다고.”
그러자 토리씨가 말한다.
“나도 로라 나이면 그냥 재미있어할 것 같아! 괜찮을 것 같아! 우리 때도 저런 거 다 있었어!”
토리씨의 말이 묘하게 설득력 있다.
“그래, 그럼 로라랑 일단 대화를 하고, 로라가 가지고 싶어 하면 무기가 없는 것 중에 몇 개를 사주자!”
마음을 먹고 다시 로라를 부른다.
“로라야~ 엄마, 로라랑 할 이야기 있어~”
내가 부르는 소리에 로라가 다가온다.
“로라야, 혹시 아까 그린 트랄라레오 그거 어디에서 봤어? 엄마가 혼내려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그래! 솔직하게 말해줄래?”
그러자 로라가 아까랑 똑같이 이야기한다.
“진우 오빠가 알려줬어!”
“진우 오빠가 말로 설명해 준 걸 그린 거야? 혹시 동영상 같은 건 안 봤어?”
로라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나 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 엄마는 정말 궁금해서 그래.”
그러자 로라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봤어. 유튜브에 나와서.”
아무래도 아이가 유치원에서 진우 오빠에게 들어서 알고 있던 것을 유튜브에서 보다가 나오니까 눌러서 보고, 재미있어서 몇 가지를 본 것 같다.
아이가 끝까지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 줘서 안도감이 든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로라야! 그런데 처음에는 왜 안 봤다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로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로라 생각에도 뭔가 트랄라레오 트랄라라는 엄마가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걱정이 되었구나. 그래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나는 로라를 꼭 끌어안아준다.
로라가 커갈수록 나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들이 줄어들겠지. 아이가 뭐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아이에게 무서운 엄마로 여겨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로라야, 엄마가 트랄라레오랑 친구들을 찾아봤는데 엄마도 재미있고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사람을 다치게 하는 무기들이 있는 캐릭터들은 조금 무섭게 느껴졌어. 엄마는 로라가 너무 소중해서 무섭고 나쁜 건 안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걱정이 돼.”
그러자 로라가 이야기한다.
“얘네들은 착해서 사람 다치게 안 해.”
나에게는 무기가 도드라져 보여 무섭게 느껴졌는데, 로라에게는 그저 특이한 생김새의 일부라고만 느껴졌나 보다.
“그렇구나, 착한 친구들이라 다행이다. 엄마는 사람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했는데.”
라고 이야기하며 로라와 몇 가지 약속을 한다.
“엄마가 찾아보니까 이 트랄라레오 친구들은 EBS처럼 어린이 만화를 만드는 곳에서 만든 캐릭터가 아니래. 그래서 무기가 있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나쁜 말이나 어린이들이 보면 안 되는 무서운 것도 나올 수도 있대. 로라가 유튜브에서 트랄라레오 보고 싶으면 엄마 아빠한테 물어보고 봐 줘. 엄마 아빠가 나쁜 말이나 무서운 거 나오는지 보고 괜찮은 것은 보게 해 줄게.”
로라가 알겠다며 끄덕인다. 나는 허락은 해주었지만 어서 빨리 그 유행이 지나가길 바란다.
로라는 이름이 나오는 노래 2곡을 우리에게 물어봐 확인을 받은 후 그 영상들만 본다. 다행히 다른 영상에는 관심이 없다. 로라가 오늘도 트랄라레오 친구들을 그리면서 놀고 있다. 다행히 로라의 상상 속 트랄라레오와 친구들은 내 걱정과 다르게 로라가 좋아하는 다른 캐릭터들처럼 밝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