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우린 꼬마아이가 된다.
어린 시절에는 나보다 조금만 나이가 많아도 어른처럼 느껴졌었다.
초등학생이 보던 중학생, 중학생이 보던 고등학생,
고등학생이 보던 대학생, 그리고 대학생이 보던 직장인은
나와는 차원이 다른 ‘큰 어른’처럼 보였다.
그때는 ‘나이를 먹는다’와 ‘성숙해진다’를 같은 말이라 여겼다.
그래서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정신과 마음도 어른스러워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된 나는 달랐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직장생활도 10년 넘게 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어쩐지 중학교쯤에서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그저 경험을 통해, 상황과 장소에 맞는 행동을 조금씩 학습했을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사회가 내게 기대하는 시선이 버겁다.
“아이 엄마면 이래야지!”
“그 정도 경력이면 이렇게 처리해야지!”
“나이가 몇인데 그것도 몰라?”
마치 이런 꾸짖음을 듣는 것만 같다.
내 마음 속 잣대가 자꾸만 나를 다그친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족함과 어설픔을 숨기며
역할에 맞는 어른인 척하며 지내다가 가끔은 지쳐버린다.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겉껍데기만 어른인,
어른인척 애쓰는 나이 많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럴 때 내가 나일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 토리 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외출복을 벗듯
나는 오늘 하루 입었던 ‘어른의 옷’도 함께 벗어둔다.
그리고 꾸밈없는 내가 된다.
그리고 집에서는 토리씨에게 맘껏 어리광을 부린다.
“여보, 나 오늘 회사에서 속상한 일 있었어!”
"흥!흥! 몰라 몰라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지! 너무 한거 아니야?"
투정도 부리고 징징거리기도 하며,
유치하고 편파적인 내입장100%의 오늘의 썰을 늘어놓는다.
내가 꼬마가 될 때가 있듯,
그도 꼬마가 될 때가 있다.
한명이 꼬마가 되면 한명은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무조건 서로의 편을 들어준다.
“우쭈쭈, 내 여보가 다 잘했어. 내 여보 말이 다 맞아.”
우리는 서로를 토탁이며 어르고 달래준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집이라는 안식처로 돌아와 우쭈쭈가 필요한 꼬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