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네 ep.3) 4월 어느 날

아버님 수면양말은 아니지 않나요?

by 릴라랄라

내일은 토리씨(남편)가 쉬는 날이다.
평소에는 시어머님께서 도와주시던 등하원을 토리씨가 맡기로 했다.

로라가 딸아이다 보니, 토리씨는 옷 고르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아이의 등원을 맡게 되는 날이면 항상 나에게 부탁을 한다.
“여보, 내일 로라 옷 좀 미리 챙겨줘요.”


나는 로라가 내일 입을 옷을 챙기기 위해 날씨를 검색해본다.
4월인데도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른다는 예보다.
‘헉, 한여름이네.’

옷장을 열고 이 옷 저옷을 들었다 놨다하며 고민하다가

통풍이 잘 되는 반팔 블라우스와 얇은 9부 레깅스를 꺼낸다.
아침엔 쌀쌀할 수도 있으니 바람막이도 함께 챙겨둔다.

잠자기 전, 토리씨에게 이야기도 해둔다.
“여보, 내일 30도래. 로라 반팔 입혀야 해.”
혹시 반팔을 보고 의아해할까 봐 미리 설명도 덧붙여 놓는다.


다음 날, 날씨는 예보대로 여름처럼 더웠다.
나는 일을 하다가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

‘시원한 옷 챙겨두길 잘했네.'


그리고 퇴근 후,

오늘 입었던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는데,
작은 수면양말 하나가 눈에 띈다.

'어? 이게 왜 여기 있지?'

“여보, 로라 혹시 이거 신고 유치원 갔어?”

나는 세탁기에 있는 수면 양말을 들고 토리씨에게 가서 의아한 듯 물어본다.
토리씨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응, 그거 신겼어.”

허허허...

마음속에 수많은 잔소리 문장이 동시에 재생된다.
반팔을 챙겨놨고, 어제 분명히 더운 날씨라고 말까지 해놨는데, 수면양말이라니…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그래도 로라를 등원시키느라 고생했을 남편의 기분이 상할까 싶어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해본다.

“여보, 오늘 덥다고 했잖아. 이거 수면양말이야.”

토리씨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나도 수면양말 신었어.”

허...허...허...

‘잘했다, 잘했어.’
그 말이 턱 밑까지 차오르지만 간신히 삼킨다.

하지만 간신히 삼킨말 사이로 이 상황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한마디 말이 툭 튀어나온다.

“로라 오늘 발에 땀났겠다...”

하지만 토리씨는 아무렇지 않다.
그 표정이 너무 태평해서 오히려 웃음이 난다.

그래, 내가 양말까지 챙겨놓지 않은 탓이다.
다음엔 꼭 양말까지 철저하게 준비해놔야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이 더운 날씨에 수면양말을 신고 나란히 등원했을 토리씨와 로라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난다.


나는 이런 일이 생기면

토리씨를 바꾸려 하기보다 나 자신을 바꾸려 한다.

사람은 잔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하며 깨달았다.

내가 잔소리를 하면, 결국 토리씨의 기분만 상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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