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7일
우리가 1년 만에 만난 줄 아는 친구와 5개월 만에 만나 점심을 먹었다
못 본 지 1년은 된 것 같다는 말에 아니라고 9월에 봤을 거라고 대답만 하고 웃고 있으니까 사진첩을 열어보라고 재촉했다. 재촉하기 전까지 굳이 사진첩을 열지 않은 건 느긋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친구 말에 사진첩을 확인했더니 정말 9월에 만났다. 내 말이 맞잖아. 친구는 우리가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는지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
우리가 자주 만나던 횡단보도가 있는데, 9월의 그날에도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는 카페에 갔다. 어느 여름엔 친구가 쥬씨에서 과일 주스를 사줬고 또 어느 초봄엔 그 거리에 있는 꽃집에서 프리지아 한 다발을 사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밤늦게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새벽까지 수다를 떨기도 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생라면을 접시에 담아 내놓거나 레토르트 곰탕을 데워서 진수성찬을 차려주기도 했다.
우리는 2013년에 처음 만났고 아마 한 번 정도는 싸웠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론 계속 사이가 좋다. 사이가 좋다는 건 나만의 착각이고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을 그다지 오래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도 친구 생각을 오래 하지는 않는다. 이따금, 종종, 짤막하게 자주 할 뿐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언제든 만나면 이만큼 편할 수가 없고 서로 모르는 이야길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다른 삶을 산다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새로운 일들과 무거워진 책임감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해서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기본은 있으니까, 친구는 그렇게 말했는데 기본이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친구가 가진 기본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가짐이다. 여태까지 계속 그렇게 살아왔을 테니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기본을 잃지 않을 거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또 와락 끌어안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몇 년 전에 쓰던 향수를 그대로 쓰냐고 브랜드의 이름을 댔더니 나보고 개코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비슷한 말을 했을 거다. 그러고도 헤어지기가 아쉬워 또 몇 번을 끌어안고 볼을 부볐다. 좋아하는 마음은 함께 있을 때 가득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면에서 닮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사무실로 돌아온 순간 함께 점심을 먹은 한 시간 남짓한 찰나가 거짓말 같다고 생각했다. 짧게 업무를 보고 잠깐 쉬면서 친구를 만나 마음이 든든하다가도 울컥했다. 얼굴을 못 본지 일 년이 되었는지 반 년이 되었는지도 까먹고 살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당연히 만날 거라 괜찮다. 입고 나온 니트에 친구 향수 냄새가 배어서 기본이라는 말을 혼자 되뇐다. 적어도 나에겐 늘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니까 이미 간단하게 목표를 이룬 채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