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 이야기 1

2018년 10월 11일

by 알렉스

한국 회사 다니고 있지만 거래처는 일본 회사라서 뭐가 어떻게 다른지 종종 느낄 수 있는데 마침 또 참 다르다 싶은 일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사용한 전기요금, 수도요금을 청구해주는 업체(아마도 지금 우리가 빌려 쓰는 건물에서 대행하는 업체)에서 청구서를 보내왔는데 매달 비슷비슷하게 내던 요금이 갑자기 3배 정도 뛰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전월, 전전월 청구서를 확인했다. 여름도 다 지나서 냉방을 안 하니까 사용량 자체도 줄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가정집에 전화가 걸렸다. 청구서에 적어놓은 전화번호가 틀렸다는 뜻. 전화번호가 바뀌었으면 업데이트를 해주셔야죠. 아무튼 그 가정집에 두 번이나 실수로 걸고 구글에 회사 이름 검색해서 겨우겨우 전화를 연결했다.


그래서 오늘 청구서 받았는데 숫자가 이상하고, 지난달, 지지난달 청구서랑 비교해도 사용량이 적은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전화번호도 제대로 안 적혀 있으니 확인 부탁한다고 했다. 그쪽에서 오늘 몇 시까지 일하냐고 퇴근 전까지 확인하고 전화를 주겠다고 해서 6시까지 전화 달라고 하고 기다렸더니 한 15분? 정도 지나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역시나 업체 실수가 맞았고 그러면 숫자 고쳐서 새 청구서를 보내준다고 할 줄 알았는데 지금 담당자가 부재중이라 당장은 안 되고 다음 주 중으로 직접 들고 사무실에 오겠다는 거다. 대체 왜? 왜요? 고객에게 민폐를 끼쳐서 드릴 말씀이 없기 때문에 직접 와서 사죄를 올리겠다는 겁니다. 너무 이상하고 신기하죠. 그래서 내가 괜찮다고 사죄까지 하실 거 없고 다음 주 중으로 숫자 고친 청구서만 우편으로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건 또 오너한테 확인을 받아야 할 것 같대. 너무! 전부터 느꼈지만 난 일본 회사 절대 못 갈 것 같어. 이런 거 못해. 오늘 청구서 도착해서 오늘 확인했고 확인도 빨리 해주셨으니까 괜찮다고 그렇게 안 하셔도 된다고 사죄를 받기도 어색할 것 같다고 했더니 우선 그럼 확인을 해서 직접 방문을 할지 우편 송부를 할지 답변을 주겠다고 한다. 너무! 너무!


어쨌든 업체 잘못이었다는 거에 바로 사과받고 피드백도 받아서 나는 전혀 화나지 않았는데 또 우리 보스는 생각이 다르려나 싶어서 방금 보스한테 보고했는데 막 웃으면서 됐다고 와서 뭐하냐고 그냥 우편으로 보내라고 그러라고 그래서 안심했다. 와서 사죄하는 거 보고 싶어하는 보스랑 일하는 건 좀 끔찍하잖어. 저는 밀레니얼 세대라서 저런 사과 방식이 정말 어색하다구요. 아마 전화하신 담당자 분도 밀레니얼 세대일 것 같은데.


아무튼 너무 신기했다. 이런 실수로 죄송하다고 사죄하러 오겠다는 업체는 처음 봤거든. 이렇게 말 던지면 다들 됐다고 하니까 하는 건가? 다른 회사들도 보통 이런가? 내가 일본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잘 모르겠네. 맨날 거래처에 모우시와케고자이마셍(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외치다가 사과받는 입장 되니까 또 별로 화 낼 일도 아닌데 너무 과하게 사과받는 거 같아서 찜찜하기도 하고. 물론 화 날 일도 있긴 있지만요. 이렇게 사과를 처음부터 딱 깔고 들어가니까 크게 화 낼 일이 없는 것 같다. 회사 다니면서 좋아하는 말 중에 결국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도 그걸 느꼈다. 일본인이고 한국인이고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죠. 우리 보스가 영업도 진심이 통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랑 같은 맥락. 아무튼 퇴근하자.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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