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살랑거리던 서늘 거림이 마음을 설레게 했을까? 콧 끝마다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의 냄새에 낮의 따듯함이 조금 남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손이 닿을 듯 말 듯 걸으며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눈도 마주쳐본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새로운 배움은 나에게 늘 지내오던 틀에서 처음 벗어난 온통 새로움이라는 낯섦이 주는 설렘이었다. 배시시 웃기만 하는 나를 보고 왜 말을 안 하냐고 했고 나는 말을 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남쪽의 흔들거리는 말의 움직임에 너 어디서 왔어?라고 물어볼까 봐 쑥스러웠다.
말끝마다 그랬는디, 그래브렀어요라는 말이 나올까 봐 꾹 참았다. 말하지 않고 있으면 하얀피부에 단아하니 서울에서 왔냐고 묻는 말이 내심 좋기도 했다. 그렇게 내숭을 떠는 난 아직 19살 대학생 새내기였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이렇게 봄에서 여름이 오는 계절이 오면 그때의 기억이 마음 어딘가에서 숨어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이때쯤이었어라고 하며 떠오른다. 다시 후 불어버리면 날아갈 기억들이지만 몽글몽글하니 다시 피어나는 걸 보니 살면서 처음 느낀 설렘이라 특별한가 보다.
그렇게 이제는 나이 듦의 시간에 적응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의 때가 있었구나라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며칠 전에는 친구에게 이 노래 들어봤어? 하며 카톡이 왔다. 노래가사가 어딘가에 숨겨있던 20대의 설렘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나이에 맞지 않는 옷처럼 이제는 안녕~이라고 말하며 내려놓게 된다. 내려놓은 손 끝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내 젊은 시절, 찬란하게 빛나던 청춘, 모든 게 밝았던 그 기운찬 하루들 그게 이제는 지나간 시간이 되고 흑백필름처럼 남아버렸다.
중년이 된 40이지만 여전히 마음은 노화되지 않고 20에 머물러있는 나를 보며 당황하곤 한다.
마음은 왜 주름지지 않는지 왜 처지지 않는지 추억이 당기고 있는지 아쉬움에 놓지 못한 감성이 발을 동동거린다. 따라 늙기 싫다고 아직 철이 들지 못한 걸 어쩌냐고
그냥 모른 척 늙지 않는 마음을 슬쩍 놓고 지내오다
오늘 친구가 보낸 노래에 잠시 꺼내보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이젠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며 다시 넣어본다.